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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유죄라는 판결을 내놓은지 14년 만에 대법원 입장이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10월말 현재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상의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괴시키기 때문에 불이익에 따른 제재를 감수하더라도 병역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역법에서 인정하는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와 관련,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 사정이 대다수의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모습으로 표출된다”며 “이들(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일률적으로 병역을 강제하고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건 소수자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관 4인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으로 상고기각 의견을 내놨다.
앞서 오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아 기소됐다. 1.2심은 모두 병역법 위반이라고 판단,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오씨가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