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6월30일 09시06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공시를 믿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나중에 말을 바꾸는 일이 유독 코스닥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공급계약이나 자금조달 계획을 밝혀 주가가 움직인 뒤 계약이 깨지거나 계획이 철회되고, 소송·최대주주 변경 등 투자자가 제때 알아야 할 정보는 뒤늦게 공시되는 식이다.
성장기업이 많은 코스닥은 공시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린다. 그만큼 공시 신뢰가 중요한 시장이지만, 기대를 키운 공시가 뒤집히고 악재성 정보가 늦게 나오는 사례는 코스피보다 많다.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고 출범한 코스닥이 30년 가까이 출발선 안팎을 맴도는 이유도 결국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부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고질병이 된 공시위반 문제를 해결하려면 위반에 대한 징벌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시 뒤집고 또 위반…코스닥에 쌓이는 ‘불신’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29일까지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129건에 달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닥시장이 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가증권시장은 43건, 코넥스는 8건이었다. 전체 지정 건수 중 코스닥 비중은 60.5%로, 유가증권시장 33.3%, 코넥스 6.2%를 크게 웃돌았다. 소송 제기, 최대주주 변경, 채무보증, 단기차입금 증가, 공급계약 정정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제때 시장에 전달되지 않거나 기존 공시가 철회·변경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중장기 통계에서도 코스닥 쏠림은 뚜렷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상장기업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현황 및 시사점' 분석(홍지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의 약 70%는 코스닥 상장사에 집중됐다.
불성실공시는 정해진 기한 내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공시불이행, 이미 공시한 내용을 철회·취소하는 공시번복, 기존 공시의 주요 조건을 크게 바꾸는 공시변경으로 구분된다. 특히 공시번복은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코스닥 상장사 수가 유가증권시장보다 많다는 점은 불성실공시 건수가 많은 배경 중 하나지만, 문제의 본질은 불성실공시 유형에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연공시에 따른 공시불이행이 주된 지정 사유인 반면, 코스닥 상장기업은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공시번복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
코스닥은 중소형·성장기업 비중이 높아 공급계약, 투자유치,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신규사업 추진 등 주가 민감 공시가 잦다. 문제는 이런 공시가 투자자의 기대를 키운 뒤 계약 해지, 자금조달 철회, 사업 지연 등으로 뒤집히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공시번복은 이미 형성된 투자 기대와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 지연공시보다 시장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번복과 지연공시가 반복돼 누적 벌점이 높은 기업도 코스닥에 몰려있다.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례의 부과벌점을 기업별로 살펴보면, 벌점 10점 이상 기업 17개사 중 14개사가 코스닥 상장사로 집계돼 82.4%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원시스는 23점, 인크레더블버즈는 18점, 버킷스튜디오는 16점을 기록했고, 유틸렉스·KS인더스트리·삼영이엔씨·씨씨에스 등도 10점 이상 고벌점 기업군에 포함됐다. 반복 위반과 고벌점 기업군에서도 코스닥 쏠림이 뚜렷한 실정이다.
벌점 맞고도 또 위반…전문가 "처벌이 약하니 위반 반복해"
올해 6월 말까지 적용되는 기존 제재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최근 1년 이내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추가 벌점이나 중대·고의성 있는 공시위반 여부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해당 벌점을 포함해 최근 1년 이내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면 곧바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올해 7월1일부터는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심사 기준이 더 강화된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기준이 기존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고,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한 차례만 발생해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공시 위반을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 시장 퇴출 가능성을 높인 조치다.
하지만 상장폐지 심사 문턱을 낮춰도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지정은 퇴출 여부를 검토하는 첫 단계일 뿐, 곧바로 시장 퇴출을 의미하지는 않아서다.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경고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의신청과 심의, 개선기간 부여 등을 거치는 동안 실제 퇴출이나 내부통제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저벌점 공시위반이 반복될 경우 사각지대도 남는다. 최근 1년간 누적 벌점이 기준선에 미달하면 실질심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안도 회사의 인지 시점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 은폐 의도 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으면 중대·고의 위반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기준 강화만으로 반복적인 공시관리 부실을 모두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 서진시스템(178320) 사례도 규제 시차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진시스템은 지난 2024년에는 공시번복으로 6점의 벌점을, 지난해 6월12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지연공시로 벌점 5점을 받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전력이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서진베트남의 1000억원대 세금 리스크 및 대표이사가 출국금지를 당한 경영 리스크 상황에 대한 미공시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감독원의 사실관계 확인 이후 부가가치세 및 지연가산금 부과 관련 내용이 이달 25일 1분기 보고서 정정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과거 벌점의 유효기간이 며칠 지난 뒤에 정정공시가 이뤄진 만큼, 이번 사안이 공시위반으로 판단되더라도 과거 공시 부실 이력과 합산되기는 어렵다. 기준 강화에도 공시위반 판단과 제재 시점이 엇갈리면 반복적인 공시관리 부실을 제때 걸러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재 수위가 공시 위반의 경제적 유인을 충분히 억누르기에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 위반으로 이미 주가가 움직인 뒤라면 투자자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고, 기업 입장에서는 제재금보다 공시 번복이나 지연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실제 시장과 투자자에 미친 파장에 비해 금전적 제재가 대체로 수천만원대에 그치면서 억제력이 낮은 편이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제재금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보면 DKME(015590)는 경영권 분쟁 소송 지연공시로 7000만원, 핀텔(291810)은 최대주주 변경 주식양수도 계약 해제와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철회 등으로 6400만원, 삼영이엔씨(065570)는 회생절차 개시신청 취하와 M&A 조건부 투자계약 해제 등으로 5000만원의 제재금을 받는 데 그쳤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불성실공시를 투자자를 속이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사후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시 위반을 사전에 모두 걸러내기 어려운 만큼 제재가 후행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후 제재가 강해야 반복적인 위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닥이 여전히 마이너리그나 2부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주가조작, 허위공시, 배임·횡령, 상장폐지 같은 사건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라며 “처벌이 약하니까 위반을 한 기업이 또 하고, 비슷한 위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 규제를 더 만드는 것보다 위반이 발생했을 때 사후적으로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재금 대폭 강화뿐만 아니라 벌금과 형사처벌까지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시 위반을 해도 과징금을 내고 넘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으면 시장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코스피 9000찍을 때...30년째 '출발선' 맴도는 코스닥
코스닥의 공시 신뢰 문제는 시장 전체의 장기 부진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면이다. 코스닥은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30년 가까이 성장시장이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1996년 출범 당시 기준값을 100으로 두고 출발했으나, 2004년 기존 지수에 10을 곱해 기준값을 1000으로 조정했다. 겉으로는 1000선을 오가는 시장처럼 보이지만, 기준 조정 효과를 감안하면 출범 당시 출발선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 IB업계 전문가는 "코스닥 부진을 공시 문제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성장주 수급, 금리 환경, 업종 사이클, 우량기업의 이전상장 등 여러 요인이 얽힌 측면은 있다"며 "다만 호재성 공시는 먼저 나오고 악재성 정보는 늦게 공개되는 일이 유독 코스닥에서 반복되는데, 이러면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계획을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불성실공시를 엄격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코스닥은 투자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불신 속에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6년 6월 29일 기준 불성실공시법인 중 벌점 10점 이상 기업 리스트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3000638.800x.0.png)


![손흥민·이강인으로 졌다고?…한국 탈락에 日냉정한 평가 [일본 엿보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3000540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