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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인의 권유로 금융복지상담사 자격을 취득했다. 2020년 주빌리은행이 위탁 운영한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로 이직하며 기존 직장을 그만뒀다. 연봉이 반토막 났다. 사십 대 중반, 한창 몸값이 높을 때였다. 아내의 반대도 심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심지어 모아놓은 돈마저도 까먹고 있다. 왜 하는 걸까.
송 센터장은 최근 센터를 찾은 70대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사위가 사업을 하겠다며 손을 벌렸단다. 행여나 딸이 원망할까 평생 모은 돈에 빚도 내서 몽땅 털어줬다. 자그만치 5000만원이었다. 사업은 실패했고, 딸과 연락이 끊겼다. 빈털털이가 돼 홀로 빚 독촉에 시달리다 물어물어 센터를 찾아왔다. 파산을 위해 가족관계를 확인하다 보니 딸이 이미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할머니는 송 센터장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이미 센터 방문 전에도 빚 독촉에 위험한 생각까지 했다는 할머니였다. 두고만 볼 수 없어 있는 힘껏 도왔다. 파산과 면책 모두 다 이뤄졌다. 할머니는 송 센터장의 손을 잡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다고 했다.
송진섭 센터장은 “이곳을 찾는 분들 대부분은 가족관계도 단절돼 세상에 대한 불신 큰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며 단순 행정 업무만이 아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생명을 살리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했을 때 도파민이 나온다. 예전 직장에서 받던 돈으로는 채울 수 없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고 했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이 겪는다는 일종의 ‘바이탈뽕’인 셈이다.
화성시금융복지상담지원센터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뒤 올해 8월까지 총 1924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신용회복위원회 연계 워크아웃 등 지원으로 조정한 채무금액만 456억9900만원에 달한다. 송 센터장 포함 3명의 상담사가 이뤄낸 실적이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라는 살인적인 업무강도의 결과다. 휠체어 하나 들어오기 힘든 열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만들어낸 기적일 수도 있다. 인력도 공간도 모두 열악하기 그지 없다. 사람을 살린다는 ‘뽕’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만간 병점에 센터가 추가 개설될 예정이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금융취약계층은 매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송진섭 센터장은 금융복지가 노인복지, 청소년복지와 같이 일반적인 복지 영역으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화성시도 그렇고 전에 근무했던 성남시도 금융복지상담센터는 모두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데 단체장이 바뀌면 제도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 성남시가 그랬다”며 “금융복지에 대한 내용이 법제화돼 외풍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업무가 중복된다는 오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앞서 언급된 70대 할머니의 사례와 같이 금융복지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까지도 도맡기 때문이다. 인력도 지금의 2배는 있어야 한다. 보다 전문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제도의 미비로 아직은 요원하다. 그럼에도 송 센터장은 긍지를 잃지 않는다.
송진섭 센터장은 “많은 사람들이 채무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사회와 고립되거나, 스스로 단절돼 삶을 포기하고는 한다. 때문에 우리 금융복지상담사의 역할은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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