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기술 중시·인재 양성이라는 이 부회장의 양대 경영전략을 대내외에 직접 보여준 것이다. 8·15 광복절 복권 이후 각 계열사와의 소통·글로벌 경영행보에 집중해왔던 이 부회장이 지난주 준법경영의 상징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 ‘준법경영’ 의지를 보여준 데 이은 것으로, 향후 회장 승진을 염두에 둔 이 부회장 행보의 보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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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된 2022 국제기능올림픽특별대회 폐회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국제기능올림픽의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다. 이 자리에서 부회장은 “산업이 고도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조 현장의 젊은 기술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자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기술인재 육성에 나서기로 한 건 2006년 일본 출장 때부터다. 당시 상무였던 이 부회장은 일본의 한 기업을 방문했는데, 핵심 부품 공정에서 일하는 숙련 인력 다수가 국제기능올림픽과 일본 내 기능대회 수상자 출신이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 삼성전자 기술 관련 책임자에게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나라이고 삼성도 제조업으로 성장한 회사인데, 기술 인력의 육성과 사회적 관심은 약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앞장서 우수 기술 인력이 우대받고 존경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기업도 성장하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더 나아가 “사회 공헌의 일환으로 우수 기술인재들을 양성하고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술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09년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 당시 “마케팅과 경영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힘은 역시 현장”이라며 “현장의 경쟁력은 기술인재에서 나온다”고 했다. 동시에 △전국공업고교 교장회 오찬 △기능올림픽 입상자 간담회 △국제기능올림픽조직위원회(WSI) 회장 미팅 등을 진행하며 기술인재와 국제기능올림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아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의중에 따라 2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을 16년간 8회 연속으로 후원하고 있다.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회부터는 단독으로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글로벌 사회공헌(CSR) 활동으로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의 훈련도 지원한다. 후원을 더 강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인 ‘삼성기능올림픽사무국’을 2007년 1월에 신설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각 계열사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숙련기술 인재를 매년 특별채용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관계사 14곳이 채용한 규모는 14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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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12일 삼성 준법위를 방문, 준법 경영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이날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을 찾으며 기술·인재 중시 경영까지 강조하면서 삼성 안팎에서 분출하는 뉴삼성 도약을 위한 ‘회장 승진설’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삼성 컨트롤타워 리더로서 회장 타이틀을 달 시기가 임박한 것 같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이 부회장은 바이오 IT뿐만 아니라 바이오, 배터리 등의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삼성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대내외적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회장 승진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