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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지역별로 주택시장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권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일괄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맞춤형 과제를 내놓고 서민과 청년층 주거가 안정될 수 있도록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개발·재건축 많았던 서울·올림픽 앞둔 강원↑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수도권 주택분양·매매시장이 확장(회복·호황기) 국면에 있다고 평가 받았다. 이는 한은 본부와 지역본부 15개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국 주택시장 전문가 9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특히 서울의 주택시장은 집값 상승 폭이나 주택시장 심리 모두 ‘다소’ 나아진 수도권과 달리 개선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응답이 40%가량을 기록했다.
이런 평가는 실제 집값 상승 흐름과도 일치했다. 5월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0.3% 오르는 동안 수도권은 0.5%, 지방은 0.2% 각각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1.0% 오르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강원권 주택시장 역시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기반시설 확충하는 등 지역경제 상황이 나아진 데다 올림픽 관련 지역 개발 기대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지역 주택시장 분위기는 상반됐다. 충청권은 세종을 제외하면 수축(후퇴·침체기) 국면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동남·대경·제주권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택입주 물량이 늘어난 것이 매맷값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역은 제주권이었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집값 오름세도 둔해졌다. 한은은 “제주권 집값 수준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 역시 투자 수요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하반기(7~12월) 주택시장 전망의 경우 수도권 분양시장과 강원권 매매시장을 제외하고 위축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김병조 한은 지역경제팀장은 “실수요 위주로 형성된 매매시장은 시중금리 상승,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 예고 등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본 반면, 분양시장은 투자수요까지 함께 몰리면서 부동자금이 여전히 흘러갈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부동산 대책,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해야”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지역별 주택시장이 차별화하는 만큼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했다. 주택 매맷값이 빠르게 오르는 지역엔 시장 과열을 막을 수 있는 미시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 이는 정부가 내놓은 6·19 부동산대책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수도권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종료 △신규분양 주택 관련 전매제한 지역 확대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서민·청년층의 주거가 안정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공급물량이 크게 늘면서 주택매매시장이 부진해진 지역의 경우 미분양주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하는 동시에 업계의 자율적 공급물량 조절, 옛 도심 활성화 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