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법무부의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명단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이번 특사안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일부 대기업 총수를 최종 사면 명단에 포함할지 막판 결단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김현웅 법무장관이 주재한 사면심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특사안이 관련 부처장관들의 부서를 거쳐 이날 오후 청와대에 도착, 박 대통령에게 상신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 특사안을 바탕으로 특사 대상자 및 사면 폭을 확정한 뒤, 13일 오전 10시 열리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광복절 특사에 대한 결정 배경과 의미 등을 밝힌다. 김 법무장관은 정부 서울청사로 자리를 옮겨 관련부처 실·국장들이 배석한 가운데 특사명단을 발표한다.
한때 여권에서는 이번 사면 대상에 대기업 총수는 대거 포함되는 ‘큰 폭’의 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특사권한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기업인 특사에 부정적이었던 점과 최근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사태로 재벌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점 등의 영향으로 막판 ‘최소화’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만이 유일하게 특사안에 포함됐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배제됐다는 관측이 여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설득력 있게 흘러나온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형제가 함께 석방되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구본상 전 부회장은 ‘국민 정서’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도 ‘복권 없는 사면’으로 결정 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장 등기임원 복귀 등 경영일선 전면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지난 10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특사 명단에는 대기업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소수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사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최종 특사명단은 바뀔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종 사면 대상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나 청와대 내부 검토를 거치면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국가발전, 국민대통합, 국민사기 진작이라는 이번 사면의 원칙과 의미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고심 중”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면 대상에는 정치인들이 원천 배제된 가운데 음주운전 초범자 등 도로교통법 위반자를 중심으로 최대 200만명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별도로 단행되는 가석방 대상자도 일반인을 중심으로 800여명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