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틈새상품' 지식산업센터 경매 시장서도 '귀한 몸'

박종화 기자I 2022.01.20 17:43:01

서울 지산 7.6억짜리 물건에 21명 몰려 10.1억 낙찰
비주택상품으로 규제 자유로워..사무실 품귀도 한몫
다만 경기권은 공급과잉 우려에 유찰 ''찬바람''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지식산업센터 경매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서울에선 감정가보다 비싼 값에라도 낙찰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지만 서울 밖에선 유찰이 이어진다.
경기 안양시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 (사진=뉴시스)
11일 서울남부지법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에 있는 지식산업센터인 ‘선유도역 2차 IS 비즈타워’ 전용면적 89㎡짜리 호실이 나왔다. 법원에서 평가한 이 물건 감정가는 7억5900만원. 21명이 경매에 뛰어든 끝에 10억1400만원을 부른 이 모씨가 이 물건을 가져갔다. 감정가보다 34% 높은 값이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린 지식산업센터는 이곳만이 아니다. 이달 5일 경매에 나온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신 아이티타워’ 전용 120㎡형은 약 6억552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5억원)를 30% 넘게 웃돈다.

최근 서울 경매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는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최근 1년간 서울에서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은 평균 101%다. 일단 경매에 나오면 감정가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는 뜻이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100%를 밑돌았으나 이달 들어선 111%까지 올라갔다. 30~40%대던 낙찰률도 이달엔 75%를 기록했다.

이처럼 지식산업센터 인기가 높아진 건 규제 틈새 상품으로 꼽히면서다. 정부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주택 상품인 지식산업센터로 수요가 옮겨갔다. 같은 가격이라도 주택은 여러 중과세를 적용받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여기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 사무실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시세도 높아졌다. 양평동 일대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3.3㎡당 1500만원하던 지식산업센터 시세가 최근엔 2000만원까지 높아졌다.

경매 정보회사 지지옥션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주택 대체 상품인 데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지식산업센터가 최근에 경매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상품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다만 서울 밖에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기도에선 올 들어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 물건 11개 중 5개가 유찰됐다. 경기 군포시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는 최저 입찰가를 감정가의 절반까지 낮췄는데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 지역 지식산업센터는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69곳이 새로 승인받았다. 대부분 경기 외곽 지역에 몰리고 있다.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완공 후에도 입주업체를 한 곳도 못 찾고 있다. 이 연구원은 “경기도 지식산업센터는 교통 등 입지에 따라 경매 결과가 크게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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