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1억 인출한 모녀, 경찰 도움으로 피해 예방

이종일 기자I 2021.08.03 17:28:03

''고객 5000만원 인출'' 112신고 접수
인천남동서 순찰팀 직원 2명 출동
보이스피싱 의심, 인출자 설득 나서
휴대전화 악성앱 발견…금전피해 예방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남동경찰서 직원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아 1억원을 뺏길 뻔한 모녀를 도와 피해를 예방한 일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남동경찰서 정각지구대 순찰2팀 김동주(28) 경장과 김지영(29·여) 순경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26분께 남동구 구월동에서 순찰하던 중 ‘VIP실 할머니 고객 5000만원 인출’이라는 112신고를 전달받고 5분 뒤 국민은행 구월북지점에 도착했다. 신고는 국민은행 직원이 했다.

인천남동경찰서 정각지구대 소속 김동주(오른쪽) 경장과 김지영 순경이 순찰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 인천남동경찰서 제공)


구월북지점 VIP실에는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에서 5000만원을 인출한 A씨(88·여)와 A씨의 딸(56)이 있었다. 김 경장과 김 순경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의심하고 인출 용도를 물었지만 A씨 모녀는 용도를 설명하지 않았다.

경찰관의 집요한 질문에 A씨 딸은 “어머니가 집을 사려고 돈을 인출했다”며 범죄피해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 경장과 김 순경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A씨 모녀를 만수동 집까지 순찰차로 태워주기로 했다.

차 안에서 경찰관들은 다시 한 번 인출 용도를 물었고 그때서야 A씨 딸은 “아까는 은행 직원이 옆에 있어 거짓말을 했다”며 “사실은 대환대출을 하려고 인출했다”고 말했다.

‘대환대출’이라는 말에 보이스피싱을 확신한 김 순경은 곧 딸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며 가짜 국민은행앱(악성앱)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A씨 딸은 이날 오전 국민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대환대출’ 안내 문자를 받고 전화통화를 한 뒤 해당 앱을 설치했다.

딸은 예전 보험회사에서 대출받은 1억원을 변제하고 ‘정부지원 서민대출’을 받으면 기존 보험회사 대출 이자율보다 낮은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직원의 말에 속아 어머니와 함께 은행을 방문한 것이었다. 어머니 통장에서 인출한 1억원을 조직원에게 전달해 대출금을 갚고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A씨 모녀는 구월북지점에 오기 전에 국민은행 만수점에서도 이미 5000만원을 인출해 전부 현금 1억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관의 설명을 들은 A씨 딸은 조직원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됐고 현금 1억원을 다시 국민은행 어머니 계좌로 입금한 뒤 무사히 귀가했다.

김지영 순경은 “순찰차 안에서 딸이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하려고 조직원과 통화하는 바람에 조직원을 검거하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다행히 딸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금전피해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남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금융기관과의 협력체제를 높여 개인이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할 경우 반드시 112신고를 하게 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체크리스트를 보며 범죄 관련성 여부를 점검한다. 경찰은 적극적인 신고로 범죄예방에 기여한 금융기관에 인증패를 수여하기로 했다.

인천남동서 관계자는 “정각지구대 순찰2팀의 대응은 금융기관의 신고와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처로 1억원 피해를 예방한 수범사례”라며 “앞으로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은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악질적인 범죄로서 수법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사항은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예방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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