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평년 수준의 절반 정도다.
18일 숀 로치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1분기 경제지표 쇼크와 미국·유럽의 경제활동 중단,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깊은 경기침체(recession)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현재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은 이전 추정치의 두 배인 4000억달러(한화 약 497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며 “신용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국가, 기업, 은행,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이같은 경제적 손실을 각자 얼마나 부담하게 될 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경기침체는 경제 성장률이 최소 2개 분기 이상 추세선을 크게 하회해 실업률 상승을 야기할 정도로 하락하는 경우를 말한다. 중국의 지난 1~2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거의 25% 급감했으며,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각각 14%와 21% 감소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경제지표가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S&P는 아태지역을 찾는 미국과 유럽 관광객이 최소 2개 분기 동안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0) 금리와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확대 등 글로벌 정책공조는 단기간 내 경기회복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증폭돼 금융환경이 위축되면 경기침체는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 확대로 미 달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경우 아시아 신흥시장은 피해를 감수하고 경기순응적 성격의 긴축정책을 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본유출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 일본의 2020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 추정치인 4.8%, 5.7%, -0.5%에서 2.9%, 5.2%, -1.2%로 각각 낮췄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시점에 달려있지만 기업들의 재무제표 악화와 고용시장 불안정으로 인해 아태지역은 침체가 길게 이어지는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