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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대위는 현재 서울교대 및 탄천 유수지 개발과 함께 김포공항 용지를 활용하는 방안과 경인선을 지하화 후 서울 구로역 등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수원공군비행장이나 용산 등도 거론된다.
이 후보는 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적절한 주택 공급 규모에 대해 “연간 54만호 정도”라고 답했다. 이를 통해 임기 내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후보 집값 안정 정책의 핵심이다.
문제는 주택이 들어설 땅이다. 이미 서울 대부분이 개발된 상황에서 새롭게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시설의 이전이나 지하화,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수도권은 신규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 당장 국민들이 필요로 하니 기존 도심 지역의 용적률이나 층수에 대해서도 일부 완화해 추가 공급가능성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재명 캠프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고심하는 이유는 이번 대선의 표심을 좌우할 가장 대표적인 요소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정(失政)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를 보여줄 수 있을 만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갤럽, 11월 23~25일)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42%가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이 후보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큰 실패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며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 “실현 가능성 낮을 듯…재건축 규제 완화가 현실적”
하지만 이 후보 선대위가 검토하고 있는 지역 대부분이 현실적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탄천 유수지 등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주민 반대에 개발이 좌절된 곳이다. 시내 유수지 상당수가 한강변에 위치해 입지가 뛰어나고, 토지 보상 등의 절차 없이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수지 위를 뒤덮는 방식은 건축비가 일반 부지보다 20~30% 이상 필요한 데다 장마 등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서 주민들의 반대가 컸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국공립대 부지의 경우 이전 작업부터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 구성원과 캠퍼스 주변 상가와 임대인들의 극렬한 반대가 예상된다. 더욱이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서울지역 항공 이용 승객들의 편의성 감소와 인천공항과의 통폐합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표를 잡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서울 도심 공급방안을 내놓기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아파트 공급의 경우 민간에게 90%를 맡기고 나머지 주거 취약계층만 돌볼 수 있도록 정부가 공급하는 방안으로 가는 것이 빠른 공급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사업을 진행 중인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공공기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도심 내 새로운 주택 공급 부지를 찾는 일은 주민들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일이어서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돕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재건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은마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현 가능성 있는 공급대책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집값 안정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