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이랜드, 3000억 투자 유치 6개월 만에 원점

박기주 기자I 2018.07.16 14:37:58

메리츠에 발행한 CPS, 자사주 매입 결정…3000억 규모
부채비율 약 10%p 상승 전망
이랜드, 해외 투자자 유치 등 중점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이랜드월드가 메리츠금융에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최근 개선되고 있던 부채비율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는 해외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이달 중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이어 열고 ‘키랜드투자목적회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CPS를 자사주로 매입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키랜드투자목적회사는 지난 1월 이랜드월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SPC)로, 메리츠금융이 출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매입이 마무리되면 이랜드가 진행한 올해 초 끌어모은 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자금 중 3000억원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재매입 배경에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해당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풋옵션 등 조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월드는 내부 보유 자금을 CPS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메리츠금융을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 규모 증액(3500억원→4000억원)을 통해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담보로 잡혀 있던 2500억원 규모의 예금 자산을 담보 물건에서 제외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가 메리츠금융과 CPS 상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결국 자사주 매입 형식으로 이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며 “이랜드월드는 최근 전환사채 발행액을 늘리고 예금 자산을 담보에서 제외하는 등 충분히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CPS 자사주 매입으로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10% 포인트 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자본으로 인식되는 CPS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99%에 달했던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8%, 올 상반기 말 기준 168%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CPS 상환으로 이 비율은 약 18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이랜드그룹의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 이유 중 하나로 메리츠금융(3000억원)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2000억원)를 대상으로 단행한 CPS 유상증자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꼽았다. 일부 CPS가 상환될 경우 신용등급의 하향 검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랜드월드는 메리츠금융을 대신할 수 있는 해외 투자자 유치와 패션부문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비주력 자산에 대한 매각도 계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CPS 상환으로 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해외 투자자 유치와 프리IPO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만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부터 총 1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앵커에쿼티와 메리츠금융에게 5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나머지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최근 유치 규모를 5000억원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계속해서 무리하게 자금 유치를 추진하는 것 보다는 시장과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기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선행된다면 추가 자금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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