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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인 직장인 B씨(34·남)도 폭염을 견디다 못해 큰 맘 먹고 창문형 에어컨을 장만했다. 그간 출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최근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지시받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돈이 아깝지 않다’며 만족감이 크다고 B씨는 전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가호호(家家戶戶) ‘세컨드 에어컨’ 장만에 나선 분위기다.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로 인한 기업들의 ‘재택근무’ 및 학교들의 ‘온라인(줌) 수업’ 확산으로 이른바 ‘집콕족’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방 1에어컨’, 이른바 ‘방방냉방’(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트랜드) 시대가 도래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이처럼 수요가 폭증하다 보니 주문 후 설치까지 2주 이상 걸리는 지역이 속출할 정도다.
◇설치도 쉽고 가격도 싸고…창문형 에어컨 불티
“에어컨 생산라인은 풀가동 중입니다.”
18일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이렇게 나란히 입을 모았다. “다소 부진했던 에어컨 판매가 이달 들어 전년 대비 50% 이상 폭증하고 있다”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설명이다.과거 스탠드형 에어컨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소음도 커 시장에서 외면받던 창문형 에어컨의 역습인 셈이다.
실제로 실내·외기를 하나로 합친 만큼 별도의 전문인력 방문 없이 사용자가 30분 정도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음도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동공조인증센터 인증 결과 저소음 모드에서 37데시벨(db)이 나왔는데, 이는 도서관에서 나오는 소음 수준”이라며 “이 경우 최대 70% 소비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집 구조상 실외기를 설치할 수 없는 서재·공부방 등에 설치가 가능한 데다, 창문 크기·방향 등에 따라 설치 가능 범위가 넓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일반 에어컨의 절반 수준인 가격(60~80만원)은 가장 큰 메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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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전자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546%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5월 출시한 ‘2세대 창문형 에어컨’은 지난해 출시한 1세대 제품과 비교해 △에너지소비효율 △저소음 △냉방면적 △풍속 모드 세분화 기능 등을 개선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올 5월 ‘인스퓨어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한 쿠쿠도 이달에만 지난달 전체 판매량의 500% 이상을 팔았다. 창문형 에어컨 원조격인 파세코가 지난 4월 출시한 ‘창문형 에어컨3’ 판매량은 최근 5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열흘 정도 앞당겨 달성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도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품 발전 속도 역시 빨라지는 형국”이라고 했다.
유통업계로선 사실상 ‘에어컨 특수’다. 이마트·G마켓이 최근 일주일(9∼15일)간 이동형을 포함한 창문형 에어컨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32%와 490%씩 급등했다. 같은 기간 모든 에어컨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9%와 310% 늘었다. 창문형 에어컨이 에어컨 특수의 동력 역할을 한 셈이다.
◇얼음·빙과류·맥주 판매 급증…정수기도 호황
더울수록 장사가 잘되는 빙과, 맥주, 음료업체도 폭염은 반갑다.
이날 편의점 4사(CU·GS리테일·세븐일레븐·이마트24)에 의뢰해 지난주(12~18일)와 전주의 품목별 매출 증감을 따져 보니 제일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얼음이었다. 얼음 판매량은 적게는 41.9%에서 많게는 75.3%까지 증가했다. 이어 판매량이 급증한 품목은 △아이스크림(18~55.9%) △생수(15.6~28.5%) △맥주(11.8~34.9%) 등이다.
편의점별 여름 특화 상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눈에 띄었다. CU에서 판매하는 팔 토시는 4배 가량(273%) 판매량이 늘었고, GS25의 손 선풍기와 선크림 등은 198.4%와 146.2%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커피 업계에서도 찬 커피가 대세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지난주 아이스커피(아메리카노·라떼) 판매량은 전주보다 4%, 전년보다 21% 각각 늘었다. 두 음료 판매량은 특별히 계절을 타진 않으나 날씨 영향으로 단기 급증한 것은 무시하지 못했다.
반면 유제품이나 초콜릿, 따뜻한 컵 음료, 우산 등은 판매량이 급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별 판매량이 계절에 따라 증감하곤 하지만 연중 평균치는 정해져 있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제조사는 폭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했다.
여름철이 성수기인 정수기 판매 역시 최근 호조를 보인다. 청호나이스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정수기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30% 정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SK매직은 같은 기간 정수기 판매량이 15%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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