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첫날인 12일 오전부터 서울 곳곳 선별진료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폭염 속에서 끝없는 대기 행렬에 지친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12일 ‘스마트서울맵’에 선별진료소 혼잡도를 안내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 활용 능력에 따라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예약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검사 인원을 늘리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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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8시 30분. 선별진료소가 여는 9시 전부터 서울 서초보건소 앞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낮 최고기온이 30℃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1~2시간이 넘는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은 줄을 이탈하거나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구청 직원이 나눠주는 ‘코로나19 검사 대상자 준수사항’ 안내문을 부채로 쓰거나 손 선풍기를 사용하며 기다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현장에서는 구청 직원들이 곳곳에서 거리두기에 신경 쓰고 있었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과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이미 선별진료소에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선별진료소 측에서 나눠주는 양산을 쓰며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긴 줄에 기다림을 포기하고 오후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9일 오후에 검사 예약이 마감됐다는 말에 이날 오전 9시쯤 다시 임시 선별진료소에 방문했다는 잠원동 주민 이모(58)씨는 “1시간 30분째 줄을 섰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용 양산은 사람들 손때가 많이 타서 오히려 감염될까봐 안 쓰고 (더위를) 참고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마스크와 옷이 흠뻑 젖은 허모(50)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서초보건소에 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강남역으로 왔다”며 “알람이나 앱이 있었으면 헛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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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2일 디지털 정보 지도 ‘스마트서울맵’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혼잡도를 안내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서울시는 이번주부터 임시 선별진료소를 52곳으로 확대 운영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장기간 대기에 지친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코로나19 검사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앱 개발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이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과 일일이 정보를 찾기 어려워 번거로울 뿐이라는 입장이 나뉜 것이다.
이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김모(25)씨는 “이제는 선별진료소에서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어 좋다”며 “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오히려 가기 무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앱·인터넷을 이용해 혼잡도를 살펴보는 게 어렵다고 고백한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기다렸다는 김모(75)씨는 “나이가 많아서 앱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알림이나 문자를 주지 않으면 사실 직접 와서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검사 인원이나 장소를 늘리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약 운영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시민들이 직접 문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기간에 급증한 검사 수요를 메우기 위해서는 앱보다는 의료 인력이나 검사 장소 등의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주변 선별진료소 검사 현황을 확인해 보고 운영시간이나 변화 등을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