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대책위 "또 한 명 쓰러져…올해만 벌써 4명째"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로젠택배에서 배달 일을 하던 50대 남성이 끝내 숨지면서 올해 사망한 택배 종사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고 규탄했다.

로젠택배 김천터미널 소속 택배기사 김종규(51)씨는 지난 13일 터미널로부터 100여m 떨어진 곳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5일 밤 11시 20분 결국 뇌출혈로 숨을 거두었다. 김씨는 주 6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0시간, 주 60시간을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평균 30~40개 물량을 배송하고 김천시 2개 면(대덕면·지례면)을 혼자 담당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로젠택배 김천터미널 소속 택배노동자가 전날 숨진 것과 관련, 로젠택배의 사회적 합의 이행 동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책위는 이번 사고를 ‘로젠택배의 무관심과 무대책이 불러온 참사’로 규정했다. 이어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로젠택배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지금 즉시 사회적 합의 이행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일하던 김천지점에서도 택배노동자들이 직접 분류작업과 상차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2월까지는 하차 인력에 대한 비용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이 신청서는 사실상 사측에 의한 강요로 작성된 것”이라면서 “신청자 본인의 자필로 반드시 작성돼야 하는 ‘본인 신청 확인’란이 공란으로 제출됐기 때문에 명백한 무효”라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택배 상·하차 분류 업무에도 외국인이 취업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이날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재계는 노동 강도가 높아 고용난을 겪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택배회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 우선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고, 국토교통부도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원안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택배회사들은 상·하차 작업에 외국인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입법예고 기간은 4월 말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