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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찾은 나발니 "벌거벗겨져 독일로…핵심증거 옷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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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겸 기자I 2020.09.22 15:38:26

쓰러지자마자 입원한 병원에 입었던 옷 요구
러시아 수사당국이 가져갔지만 조사는 아직
노비촉 개발 박사 "회복까지 1년…깊이 사죄"

지난 19일 의식을 회복한 나발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독극물에 중독돼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지역 병원에 입원할 때 입고 있었던 옷을 돌려 달라고 러시아 당국에 요구했다. 자신이 중독된 것으로 알려진 독극물 ‘노비촉’이 옷에 묻어 있다면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정부가 주도한 테러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나발니의 판단이다.

나발니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 당국이) 나를 독일로 보내도록 허락하기 전, 옷을 모두 벗기고 완전히 헐벗은 상태로 보냈다”며 “내 몸에서 노비촉이 발견됐고, (노비촉이)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옷은 아주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노비촉은 1970년대 옛 소련이 군사용 신경안정제로 개발한 독극물이다. 그는 “내 옷을 비닐봉지에 조심스럽게 싸서 돌려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현재 그의 옷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베리아 옴스크주 보건부는 “나발니가 처음 입원한 옴스크 제1응급병원에는 나발니의 옷이 없다. 수사당국이 수거해 갔다”고 말했다.

그가 자국을 향한 공개 비판에 나선 건 독극물 공격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넘게 범죄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나발니는 “형사 사건은 없고 ‘입원한 사실에 대한 예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내가 비행기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군다”고 비꼬았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범죄자’로 꼬집은 대표적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봉건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지난달 20일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러시아 국내선 안에서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다.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마신 차가 독극물 중독 원인으로 추정됐다. 한편 공항으로 향하기 직전 묵은 호텔 방에서 노비촉이 묻은 물병이 발견되기도 했다.

나발니 측은 톰스크 호텔에서 마신 물병에서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밝혔다(사진=AFP)
애초 나발니는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옴스크 병원 측은 “낮은 혈당으로 인한 신진대사 탓에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며 독살 시도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나발니는 독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독일 샤리테병원에 이송돼 다시 치료를 받았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나발니에게서 노비촉이 검출됐다는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이뤄진 별도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러시아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다.

오는 30일 러시아 수사당국에 할당된 예비조사 기간이 마무리된다. 나발니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는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의 중독을 공식적으로 무시하기로 했다”며 “예비조사 기간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18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나발니는 지난 7일 의식을 회복했다. 현재는 물병에 물을 따르거나 휴대전화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다음날인 19일 나발니에게 사용된 노비촉을 개발한 빌 미르자야노프 박사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에게 사과했다. 미르자야노프 박사는 옛 소련이 무너진 뒤 1990년대 초 미국으로 망명해 노비촉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그는 “나발니가 중독된 물질의 개발에 내가 참여한 데 대해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발니가 회복하기까지는 거의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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