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망이 강화되자, 효성은 계열사에 대한 직접 지원을 피하고 총수익스왑(TRS)계약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이익을 제공하는 ‘신종 일감몰아주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현미경을 들이댔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효성그룹 총수2세인 조현준 회장이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이하 갤럭시아)에 그룹차원에서 이익을 몰아준 혐의에 대해 과징금 총 30억원을 부과하고, 법인뿐만 아니라 조 회장과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총수 인척4촌) 임석주 효성 상무까지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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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회사인 효성투자개발은 2014년말부터 2년간 전혀 사업과 무관한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제조회사인 갤럭시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조 회장이 지분 62.78%를 소유한 갤럭시아가 경영난을 겪으며 퇴출위기에 처하자 효성은 전사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갤럭시아는 지난 2012년과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2014년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신용평가 등급은 투기등급인 ‘CCC’까지 떨어졌다.
갤럭시아는 한계기업이 되자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졌다.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엄격한 감시망이 강화된 상황에서 계열사를 통한 직접 지원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은 TRS계약을 통한 우회적인 지원구조를 짜냈다.
우선 갤럭시아는 2014년과 2015년 120억원과 1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CB는 4개 금융회사가 만든 특수목적회사인(SPC)가 인수했다. 통상 CB의 만기가 3년인데 반해, 무려 2044년까지 약 30년 정도 만기기간이 설정돼 있는 영구채 형태다. 이자율은 5.8%으로 매년 14억5000만원의 이자를 지급한다. 공정위는 당시 갤럭시아와 비슷한 재무상태인 회사가 발행한 일반회사채만 하더라도 최소 8.84%의 정상 이자율이 책정돼야 한다고 추정했다.
금융사가 투기등급인 CB를 인수한 데는 효성투자개발의 담보설정이 한몫을 했다. 갤럭시아와 무관한 효성투자개발이 SPC와 총수익스왑계약(TRS)를 체결하면서 296억 상당의 토지 및 건물(대구 수성구 신매동 일대)에 대한 담보를 제공했다. 특히 TRS에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CB에 대해 현금흐름, 가치등락, 위험발생을 모두 효성투자개발이 부담하게 돼 있다. 금융사는 손해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갤럭시아가 발행한 CB를 인수하게 된 셈이다. 갤럭시아는 결국 정상금리보다 3%가량 낮게 CB를 발행하는 이득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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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효성투자개발은 손실만 예상되는 투자위험을 떠안았지만, 갤럭시아로부터 아무런 보증수수료나 대가를 지불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래가 이뤄지기 전 효성투자개발이 외부감사나 전문기관에 의뢰한 TRS상품의 가치는 매년 부채와 손실로 평가됐다. LED조명과 전혀 무관한 부동산투자개발을 하고 있는데다 TRS거래는 오로지 갤럭시아에만 이익이 돌아가는데도 지원 주체가 된 셈이다. 사실상 효성그룹차원에서 갤럭시아를 살리기 위한 ‘희생양’이 된 셈이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효성투자개발은 거액의 신용위험을 인수해 사실상 갤럭시아에 지급보증을 제공했지만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일반회사가 투자를 명분으로 TRS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상관행에 맞지 않은 아주 이례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이런 구조 속에 갤럭시아가 얻은 최소 금리차익은 15억3000만원으로 추정했다. 조 회장이 지분을 62.78%를 보유한 만큼 조 회장에게 귀속한 차익은 최소 9억6000억원으로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아는 퇴출을 모면했고, 조 회장은 경영권이 유지된데다, 저리의 CB발행에 따라 금리차익도 얻게 된 셈이다.
갤럭시아 퇴출 막혀…효성그룹 경제력 집중 강화
공정거래법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는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면서 부를 불법 승계할 뿐만 아니라 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크기 때문에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계기업인 갤럭시아의 퇴출이 막히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LED조명시장의 경쟁이 크게 훼손됐다고 봤다. 갤럭시아가 퇴출됐다면 다른 LED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여지가 있었지만 오히려 갤럭시아에 대한 ‘시장 집중’만 확대됐다.
효성그룹의 ‘소유 집중’도 강화됐다. 갤럭시아가 퇴출됐으면 조 회장의 경영권이 상실되면서 소유집중도가 완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고등법원이 경제력 집중이 미미하다고 평가하면서 패소하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을 받아봐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고등법원 판례에 비춰 효성 사건을 따져보더라고 경제력 집중 문제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금리차익인 15억3000만원을 근거로 부당이익을 계산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최상한선인 80%를 적용해 갤럭시아에는 12억2700만원을 부과했다. 일감몰아주기 구조를 짠 효성은 과거 법위반 행위가 가중돼 이보다 많은 17억1900만원이 부과됐다. 다만 지원주체였던 효성투자개발도 1년간 매출액이 10억원이 채 미치지 못해 4000만원(직전 3개연도 평균매출액 5%)만 부과받았다.
과징금 미미하지만…조현준 회장 검찰 고발해
과징금 금액은 미미하지만 공정위는 총수2세 고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결재한 명백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당시 갤럭시아의 최대주주이자 이사였고, 효성의 이사, 사장, 전략본부장이었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던 만큼 거래 전반에 대해 보고받고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조 회장은 수백억 원대 배임 의혹도 받고 불구속 기소된 상황인데, 추가 조사를 받게 된 셈이다. 다만 조석래 명예회장은 직접적인 관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신 국장은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총수2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하고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마저 훼손한 사례를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향후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변칙적 우회적 지원행위가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효성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투자였다” 반박
효성그룹은 공정위 제재에 대해 반박했다. 갤럭시아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시적 유동성 문제일뿐 그룹차원에서 일정부분 지원만 하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효성 관계자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TRS계약을 맺은 만큼 정상 투자에 불과했다”면서 “대주주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로부터 배당금 등 직접 이익을 취한 적이 없어 사익편취로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은 당시 이번 거래와 관련해 지시하거나 관여했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향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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