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차관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발표문’을 통해 “저는 1988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원으로 국방부의 국회대책특위에 참여한 점을 무척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입사 2년이 지난 초임 연구원으로 부여된 업무를 수행했지만, 제가 한 모든 것은 제 책임으로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서 차관의 사과발표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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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군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에 맞서 저항하던 광주 시민들의 수많은 생명과 인권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유린됐습니다. 먼저 5월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1988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원으로 국방부의 국회대책특위에 참여한 점을 무척 부끄럽게 생각하고,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당시 입사 2년이 지난 초임 연구원으로 부여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만, 제가 한 모든 것은 제 책임으로 통감하고 반성합니다. (세부 업무수행에 대해서는 뒤에 상술하였습니다.)
국방부 차관으로서 저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왔고 어떠한 방해 행위도 한 적이 없습니다. KIDA에 특조위 조사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을 부탁했고, 특조위에서 제게 설명을 요청했을 때에도 회피하지 않고 만나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그에 따라 진상 규명을 위한 후속 조사가 있다면 적극 협조할 것을 다짐합니다.
다시 한 번 저의 국방부 국회대책특위 참여와 관련한 논란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5.18과 관련한 진실이 분명히 규명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참여 경위
다음으로 기억나는 대로 사실에 입각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KIDA에서 1988년에 북한에 관한 정기과제 연구를 하면서 다수의 현안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책임연구원-선임연구원-연구원으로 이루어진 위계 구조에서 연구원으로서 여러 과제들에 참여하면서 연구 책임자를 보조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국방부에서 수시로 부여되는 현안 과제는 부서장이 지정하면 바로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 해 봄 국방부에서 지시한 광주 관련 현안보고를 마무리하는 작업에 부서장 지시로 뒤늦게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보고는 특조위 보고서(168쪽)에 나온 과제 「80년대 정치현안문제 연구 분석」인 듯 한데, 이는 연구실적 산정 차원에서 과거 보고서를 재정리해 낸 것 같습니다. 그 뒤에는 매번 부서장 지시를 받아 선배 연구원과 함께 국방부 문안 수정과 예상 질의응답자료를 검토하는 일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일의 수행과 관련해서 부서장과 갈등이 있었고, 6월에는 결국 부서장 지시를 거부했습니다. KIDA에서는 무척 예외적인 일로서 연구원을 그만 두라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그 뒤로는 그 일이 제게 거의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국회대책특위 편성
특조위 보고서(160쪽)에 나오듯 국회대책특위는 국방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제1차관보 및 국방부 관련 국장과 합참 부장, 육본 처장, KIDA 부원장 등 12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또 그 산하에 실무위원회로 511연구위원회를 두어 위원장인 국방부 제1차관보와 보안사 부대장 등 위원 5명, 전담실무위원 14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전담실무위원은 국방부, 합참, 육본, 보안사 등의 실무자로 나와 있는데, 특위 위원이나 연구위원 지원 역할로 판단됩니다. 저는 그 곳에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고 회의에 참석한 기억도 없습니다. 거기 나온 전담실무위원 중 KIDA 선배 연구원을 빼고는 누구도 모릅니다.
사실 당시에 국회에서 광주 청문회가 열린다고 되어 있었고 제가 하던 일은 그에 대한 대비였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8년 5월에 국방부에 국회대책특위를 조직했다는 것, ‘511연구위원회’라는 명칭이 있다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국회대책특위의 실무위원회에 선배 연구원과 함께 전담실무위원으로 편성됐다는 점도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실제 수행 업무
제 일은 비교적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주로 국방부에서 관련 보고서나 발표문 초안, 또는 질의응답 초안이 오면 문장을 다듬고 목차를 바꾸거나 일부 내용을 보완했습니다. 제가 수정하면 부서장이 읽고 그대로 받거나 재수정을 지시했고, 국방부로 보내졌다가 다시 보완하라는 지시가 오기도 했습니다. KIDA 보고서가 국방부 보고서와 내용이 거의 같다는 최근 지적은 초안이 여러 차례 오가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저의 국방부 국회대책특위 참여와 관련한 논란으로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특별법 제정과 이행을 통해 5.18과 관련한 진상이 분명히 규명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