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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믿을만한가"…한은, 정부안 제출 앞두고 목소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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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5.10.27 15:00:00

한국은행 "화폐는 기술이 아닌 신뢰로 작동"
가치하락·코인런·소비자 보호 등 위험 요인 제시
"혁신 잠재력 인정…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가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가야…발행은 은행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만원 짜리 지폐를 언제든 같은 가치의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종잇조각을 돈으로 만드는 화폐의 신뢰성이다.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현대 화폐 제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화폐의 신뢰성을 화두로 던졌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전한 발행과 유통을 위해서는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다.

(이미지= 챗GPT)


스테이블코인 정부안 임박…한은 “은행 중심 점진적 도입” 강조

한은은 27일 ‘디지털 시대의 화폐, 기술과 신뢰의 조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개념과 발전가능성, 한계와 위험, 주요국의 발행 현황과 규제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한은판 ‘스테이블코인 백서’다.

금융위원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율 관련 정부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가운데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해 재차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그동안 단편화된 자료로 대응하다 보니 미진한 부분도 있었고, 민간에서 발표된 자료에 다소 부정확한 부분도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참고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은 인정하지만 안전한 도입과 유통을 위한 방안으로는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이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발행은 공신력 있는 은행이 맡고 핀테크가 상품개발을, 유통은 빅테크 등 비은행이 담당하는 식이다.

아울러 한은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와 같은 정책협의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CRC는 연방준비제도 의장, 재무부 장관, 연방 예금보험공사 의장 등 3인으로 구성되며, 비금융 상장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SCRC의 만장일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박준홍 한은 결제정책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혁신성은 분명하다”면서도 “화폐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신뢰가 없다면 화폐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 신뢰는 오직 제도적 보증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USDC(써클)의 가치가 0.88달러까지 하락한 경험 △유로화 스테이블코인(EURC)이 발행 이후 대부분의 기간 1유로를 밑돌았던 점 등을 실제 사례로 들었다.

(자료= 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 7가지 지적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시 예상되는 7가지 위험도 제시됐다. △디페깅(Depegging) △디지털 뱅크런 △소비자보호 공백 △금산분리 원칙 훼손 △자본유출 △통화정책 효과 약화 △은행 대출 여력 감소 등이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정통화와의 1대 1 가치 연동성이 깨지는 디페깅 위험을 첫손에 꼽았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USDT(테더)와 USDC(써클) 조차도 항상 1대 1로 교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돼 있더라도 각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구성 비중, 발행사의 신용도 등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져 스테이블코인 간 1대 1 교환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인런’(코인 상환 요구가 일시에 몰리는 사태) 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봤다. 국채 등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발행사 또는 정보기술(IT) 장애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코인 상환 요구가 몰릴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디지털을 매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상 코인런의 속도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에 비해 훨씬 규모는 크고 빠를 것이란 전망이다.

박 팀장은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책무를 부여받은 중앙은행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및 금융시스템에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의무”라며 “혁신을 가로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르면 다음달에는 정부안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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