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피로증 낮춘 '이스라엘 분쟁'…공포는 지속[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3.10.10 16:14:03

''복수'' 천명한 이스라엘, 주변 아랍국 반응이 관건
내년 중간선거 앞둔 美, 중동불안 확산 원하지 않아
"아직까지 원유 공급에 문제 없지만 전쟁 확산 강도따라 달라"
금융시장 공포감 극에 달할 경우 ''연준 고금리 장기화''도 흔들
유가 급등 우려 ...

이스라엘 가자지구(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주말 사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중동분쟁을 자극하고 있다. 그럼에도 10일 아시아장은 초반 주식, 채권,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 오르며 안정세를 보였다. 예상보다 시장이 안정화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라는 고질적이고 피로감 짙은 악재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방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쟁이 국지전이 될지, 중동 산유국으로 확산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포감은 지속되고 있다.

◇ 악재를 악재로 막았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아시아 금융지표는 안정세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6.15포인트 하락한 2402.58에 마감했지만 장중엔 1%대 상승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0.4원 하락한 1349.5원으로 원화의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채권 금리는 2bp 정도 하락하며 강세다.

국내 주요 금융지표가 이스라엘-하마스간 분쟁에도 강세를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시장을 괴롭혀왔던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흐트러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 불안이라는 극단의 악재로 금융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연준이 기존의 정책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영향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1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각각 27%, 42%에서 14%, 28%로 낮아진 데다 내년말 금리 수준도 4.25~4.5%를 보는 확률이 26%로 전날 20%보다 높아졌다. 4.75~5%일 것이란 전망은 24%에서 18%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금융시장이 전쟁보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전쟁, 어디까지 번질까…“시장에 덜 반영됐다”

금융시장이 전쟁의 여파를 덜 반영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은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세계 원유 공급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되고 있다. 9일 유가가 4% 오르다가 아시아장에서 0.5% 하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하마스간 분쟁에서 이스라엘이 역으로 기습을 당한 적은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이후 처음이다. 특히 민간인까지 학살당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전쟁이 쉽게 끝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공포감이 계속되고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스라엘이 보복을 할 경우 주변 아랍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보복 강도와 아랍국가들의 반발 강도에 따라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미국도 일단 전쟁 확산을 바라지 않고 있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이란의 입장을 미국은 그대로 수용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중동 불안을 수습하고 국제유가를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중동지역 긴장감이 공포감으로 이어지면서 유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든지, 미국이 제재를 강화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럽, 미국 장이 열려봐야 금융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최대 원유 감산을 하고 있는 만큼 그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전문위원은 “사우디 입장에선 이미 최대 감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원유 생산을 늘릴 여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공포감’은 여전…한전채 등 크레딧 스프레드 커질까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할 위험을 억제하지만 이번 분쟁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유가가 85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커지는 분위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유가가 85~95달러 박스권에 한동안 머물 가능성이 베이스 시나리오”라며 “작년 12월~올 7월, 유가가 이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물가는 상승 압력에 노출되고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지연돼 장기금리가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고금리 장기화 속에 미국 금융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육박하면서 미국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 8월 중반 이후 연준의 재할인 이용 창구 잔액이 약 17억달러로 늘어났다. 미 은행들의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고 올라간 수준에서 어느 정도 유지될 지가 관건”이라며 “장기 국채 보유 금융기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극도의 금융불안은 역으로 연준의 고금리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 상승 속에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는 공사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 가뜩이나 은행채 발행 우려가 깔린 상황에서 한전채까지 가세할 경우 작년처럼 우량채 구축효과 위험도 커진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사채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은행채, 여전채 스프레드에도 부정적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채 발행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릴 경우 단기금융시장 위축을 자극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 한전채 3년물-국고채 3년물간 스프레드는 이날 오전 기준 54.1bp 수준으로 100bp를 넘었던 작년말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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