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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선의로 도청? 말도 안 돼” 與 “사실 관계 파악이 중요”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는 도·감청 의혹이 뜨거운 화두였다. 이 자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불러세운 야당은 ‘미국이 악의적으로 했다는 정황은 없다’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질의에 나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의로 도청하는 경우가 있는가”라고 따져묻자 박 장관은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문건에 신빙성은 있는 건지, 어떻게 퍼지게 됐는지 관계 기관의 조사를 바탕으로 양국이 결과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의해 대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과연 미국이 한국을 동맹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감시와 도청의 대상으로 보는 건지 모르겠다”며 “우리 입장에서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사실이 확인 되고, 그걸 바탕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미국 법무부에서 유출 경위를 수사한다면서, 사실상 도청했다는 걸 인정했는데 우리 정부는 문건 대부분이 위조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변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정부를 엄호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고의로 가짜뉴스를 퍼뜨려 정보전을 전개하려는 목적으로 보이지는 않는가”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아직 확인된 건 없다”면서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사실 관계 파악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미국이 (도·감청을) 하지 않았다고 보호할 필요는 없다”며 “그걸 토대로 주권국가로서 당당히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 “문건 상당수 조작…기밀 사항 없어”
대통령실은 미국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 외신 보도로 공개된 유출 문건은 상당수가 조작됐다고 정리하고, 야당의 정치공세를 “자해행위”, “국익침해”라고 비판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문건 상당수가 조작됐으며, 그 내용도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기밀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식 입장을 내고 “미(美)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지난 10일까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폈지만, 하루 만에 “유출 문건 상당수가 조작”이라며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한미동맹에 균열이 갈 수 있는 논란을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도·감청 논란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민생·경제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식 입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탓에 보안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는 거짓 의혹”이라며 과거 청와대보다 용산 집무실이 통합 보안시스템과 전담 인력으로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비판을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맞받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방부는 정부부처 중 보안시스템이 철저한 상급 기관으로 분류되는데, 여기에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보안을 한층 더 강화했다”면서 “야당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