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A알뜰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1998원인 이 곳엔 주유하려는 차량과 오토바이들로 도로에 대기줄이 늘어섰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이 공시한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 2082.69원보다 저렴한 곳이다. 자동차 긴급수리 업체를 운영하는 오모(49)씨는 “내 차는 6만원이면 만땅(가득)이었는데 요새는 7만원이 넘게 나온다”며 “일 때문에 차 타고 이동하는 일이 많아서 한달에 열 번 이상 주유하니까, 기름값이 한달 10만원 이상 더 들어가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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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데일리가 서울 관악, 영등포구 일대 주유소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2435원인 영등포 여의도의 한 주유소를 찾은 직장인 박모(31)씨는 “시간 없어서 급한대로 들어왔는데 너무 비싸다. 기름값이 미쳤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아까우니 3만원어치만 넣었다”며 “오늘은 사정이 있어 차를 끌고 나왔지만 앞으론 웬만하면 집에 두고 다녀야겠다”고 했다. 한 기업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강모(57)씨는 “회사차니까 기름 넣지, 내 차라면 이렇게 못 넣을 것 같다”며 “최근엔 와이프 차가 (기름 적게 드는) 경차라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이 주유소의 직원은 “여기는 기름값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법인 차량 등이 대부분이고 개인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기름값이 오르니 개인 손님은 아예 뚝 끊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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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관악구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배모(33)씨는 “요새 휘발유가 2000원 안 넘는 데가 없다”며 “1900원 후반대 주유소를 찾아서 20분 넘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48)씨는 “3주 만에 300원은 오른 것 같다”며 “납품차 거래처 오가는 길에 어플리케이션 통해서 싼 주유소를 찾아서 돌아 들르는데 그래도 비싸다”고 탄식했다.
생업을 위해선 주유가 필수인 배달업, 택시업계 종사자들도 시름이 깊다. 관악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모(56)씨는 “오토바이로 직접 배달을 다니고 있어서 매일 주유한다”며 “이젠 기름값이 10원 차이만 나도 굉장히 큰 차이로 느껴진다”고 했다. 영등포에서 만난 택시기사 심모(66)씨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도 역대 최고인 것 같다”며 “손님도 없는 상태에서 LPG 넣으려고 (주유소) 갔다가 가격보고 화가 치밀었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이모(58)씨는 “15만원 정도 벌려면 한 4만원어치 LPG를 넣어야하니 남는 게 없다”면서 “러시아랑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는데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