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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9분쯤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관측됐다. 이번 지진은 단발로 끝나지 않고 3시간여 동안 규모 1.6~1.7 정도로 9차례 더 이어졌다.
소방청에는 오후 9시 기준 제주도 지진 관련 유감신고가 169건이나 확인됐다. 제주가 110건으로 가장 많고 전남 37건, 경기남부 4건, 세종 3건, 서울·부산·광주 등은 2건씩 보고됐다. 특히 제주에서는 아파트 베란타 타일 사이가 벌어짐이 발견되거나 주택 창문 깨짐, 주방 바닥 기울어짐 현상 등이 신고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쿵’ 소리에 한라산이 폭발한 줄 알았다”, “탱크가 지나간 줄 알았다”, “어지러움이 느껴져 집에서 뛰어나왔다” 등의 지진 관련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실험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인공지진이 아닌 자연지진라고 강조했다. 인공지진은 지하에서 화약 폭발이나 핵실험 등에 의해 지반이 진동하는 현상이다. 이동속도가 가장 빠른 지진파인 P파의 진폭이 S파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날 때를 인공지진으로 본다. 과거 함경북도 풍계리 인근에서 핵실험으로 규모 4.9의 인공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엔 S파의 진폭이 P파의 진폭보다 더 크거나 같아 자연지진으로 파악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남해와 서해 해역에서 발생한 주향이동단층(수평이동단층) 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라산 화산활동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경주 포항서도 최대 5개월간 1000회 이상 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본격적인 계기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주지진(규모 5.8)이 발생한 2016년 9월 12일까지 국내에서는 총 1257회의 규모 2.0 이상 지진이 관측됐다. 연평균 약 35회의 지진이 발생한 셈이다. 이 중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약 10회, 실제 유감 지진은 연평균 약 8회 정도 발생했다.
경주 지진 이후 1년여만에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 4년 1개월만에 제주에서 다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여진이 뒤따른다. 경주 지진의 경우 2016년 9월 12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총 2232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 15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총 1350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기상청은 제주 지진 이후에도 추가 지진이 더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액상화도 우려되고 있다. 액상화는 지진에 의해 토양 내 공극수입이 갑자기 증가해 고체상태의 지반이 액체처럼 거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포항지진 발생 직후 지질자원연구원은 진앙지로부터 반경 15㎞ 범위에서 약 600여개의 퇴적물의 지표분출을 확인했하기도 했다. 다만 지반 침하는 관찰되지 않았다.
해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기상청은 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향이동단층 지진인 만큼 지진해일을 일으킬만한 에너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지진해일의 위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2단계 근무를 발령하고 지진 위기경보도 ‘경계’로 격상했다. 이에따라 13개 협업부서를 비롯해 제주지방항공청, 교육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한국전력공사, 해병대 9여단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