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시청 광장 일대 막히자 서대문 기습 공지
경찰, 7·3노동자 대회 이어 총파업대회도 막지 못해
마스크 썼지만 거리두기 실패…해산 명령에도 강행
도로 점거로 차량 정체·교통 혼잡…피해는 시민 몫
[이데일리 이소현 조민정 김대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경찰의 집결 차단 시도를 피해 서울 도심 도로 한복판을 약 3시간 동안 점거하며 게릴라(기습) 집회를 강행했다. 내달 ‘위드 코로나’ 전환을 준비하는 시점에 방역지침을 아예 무시한 채 수만명이 도심에 운집했기에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를 점거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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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부터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조합원 약 2만7000명(주최측 추산)을 집결시켜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집회 장소 선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초 광화문광장, 여의도광장 등을 검토했으나 경찰의 경비가 삼엄해지자 집회 예고시간 30분 전, 상대적으로 경비가 느슨한 서대문역 사거리로 확정한 것. 조합원들은 독립문역, 시청역 등 곳곳에 흩어져 있다가 공지를 받고 서대문역 사거리에 모였다.
정부는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 도심 주요 지역에 ‘십(十)자 차벽’을 설치하고 검문소를 운영했다. 총 171개 부대 약 1만2000명을 동원했지만, 지난 7·3 전국노동자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게릴라성 집회 개최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 20일 오후 민주노총의 총파업 집회로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가 마비 상태다.(사진=이소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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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다 되자 ‘총파업’ 깃발을 들고 ‘투쟁’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이 금세 서대문 일대 통일로를 점거했다. 사복 차림의 조합원들도 가방에서 모자와 붉은 머리띠, 조끼를 꺼내 입고 현장에서 전달받은 피켓을 든 채 도로 곳곳을 채웠다. 서대문역 사거리 한복판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의 분홍색 복장 차림에 복면을 쓴 조합원들이 선두에 서서 북을 쳤다.
경찰 차벽과 펜스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와 인파가 뒤엉켜 서대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신호등은 무용지물이었다. 도로 신호등은 점멸상태였으며, 도보 신호등은 아예 꺼져버려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불편은 시민들 몫이었다.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버스도 승용차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시민들은 “버스가 안 온다”, “무슨 일이냐”며 불만 토로하며 한 줄로 서서 겨우 이동했다. 차에 갇히게 된 운전자들은 경적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며 항의했다. 이에 맞춰 조합원들은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다.
참가자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거리두기 지침은 실종 상태였다. 빽빽히 줄을 선 조합원들 간 간격은 1m 이상 충분히 벌어지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구호를 외쳤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합원들은 2시간 넘게 총파업대회를 이어갔다. 조합원들은 ‘110만 총파업 사회대전환 이뤄내자’, ‘거침없는 총파업 세상을 바꾸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속 상태인 양경수 위원장은 옥중서신을 통해 “사회가 전환되고 정치권이 요동치는 지금이 우리의 요구를 시행할 때”라며 “동지들과 더 큰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자”고 전했다.
2000여명의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초로 파업에 동참했다. 김종민 쿠팡이츠지회 준비위원장은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60시간 이상”이라며 “플랫폼기업은 가만히 두고 라이더만 단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는 오후 4시 25분쯤 마무리됐다. 도심 행진은 경찰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취소했지만, 해산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즉시 도로점거를 중단하고 해산하라”고 방송했으며 인간띠를 만들어 조합원들을 인도로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왜 밀어 내냐”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 복장을 한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구역 사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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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전환 직전 시점에 수만명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도심에 운집한 데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과 자영업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온 국민이 거리두기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 ‘민폐노총’이 기어코 말썽을 부리고 있다”며 “지금 점거한 도로에 자영업자들이 즐비한데 자영업자들에게 끼친 직간접적인 모든 피해는 향후 고소·고발 및 구상권 청구를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이날 민주노총과 관계자들을 집회및시위법 등 위반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 전담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종료 후 “서울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6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서대문역 등 도심권 일대에서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한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출석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집회를 벌인 뒤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일부 충돌이 발생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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