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위해 '읍참마속' 결단…필요할 땐 복귀할수도

장영은 기자I 2021.04.05 18:01:36

[LG폰 철수]7월31일부로 스마트폰사업 중단
"양강체제 고착화·가격경쟁 심화 속 미흡한 대응"
매각 아닌 자진철수로 복귀 여지 남겨
미래 준비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 연구개발도 지속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LG전자(066570)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1995년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지 26년만이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 미국 CDMA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쿠키폰, 샤인폰, 초콜릿폰, 프라다폰. (사진= LG전자)


◇5조 적자 ‘아픈손가락’ 개선의 여지 없다고 판단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 중단을 최종결정했다.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 공급을 위해 5월 말까지는 제품을 생산하고, 오는 7월 31일부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

사업 철수를 선택한 이유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확정적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고, 중국 브랜드들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가전 등 주력 제품군에서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스마트폰에서 구축하는 데 실패했고, 저가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어중간한 포지션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LG전자측에서도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라고 자인했다.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을 살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 턴어라운드를 위해 △생산라인 이전 △인력 재배치 △ODM 확대 등을 단행했으나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스마트폰 라인업 개편을 하고 전략폰 ‘벨벳’과 ‘윙’을 출시했으나 실패했다.

사업 철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부문 매각도 검토했으나 마땅한 대상자를 찾지 못했다. 베트남 빈그룹, 페이스북, 폭스바겐 등이 거론됐으나 매각 방향과 가격 등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자진철수로 가닥을 잡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자진철수로 복귀 여지 남겨…핵심 기술 개발 지속

LG전자는 승산이 없는 싸움에 계속 배팅을 하는 것보단,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배터리와 자동차 전장(VS) 등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사업부문 매각이 아닌 자진철수를 택함으로써 필요한 시점에는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 또는 철수 선언한 이후 2~3년만에 복귀한 사례가 있다.

한 LG그룹 관계자는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만드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롤러블까지 개발했던 기술력이 내부에 있다. 모바일 기술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SW)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3500명 직원 전환배치…국내 스마트폰 시장 재편에 쏠리는 눈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3500여명의 MC사업본부 직원들의 인력 재배치 작업이 본격화된다. 회사측은 오는 6일부터는 MC사업본부 인력의 재배치를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동을 원하는 계열사나 다른 사업본부 지망을 공모받고, 결정을 하지 못한 직원들은 LG전자 내부에서 흡수할 예정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LG전자 내 전장(VS) 사업본부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LG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유력하다.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에도 개발 인력 수요가 높다. SW 전문 인력 중 일부는 LG전자 스마트폰의 유지·보수 및 SW 업그레이드 등을 위해 잔류하게 된다.

LG전자의 사업 철수에 따른 국내 스마트폰 시장 재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의 독주체제가 강화되거나 외산폰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4.58%, 애플 25.63%, LG전자 6.43%로 전체 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10% 중반이었던 LG전자의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애플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공식화되면서 애플은 물론 샤오미 등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1% 미만이었다.

한편, LG전자는 기존 LG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후서비스와 SW업그레이드 관련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철훈 한국영업본부 모바일그룹장은 이날 오후 유통업계에 보낸 안내문을 통해 “사업 종료 후에도 LG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OS업그레이드, 보안·품질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사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판매 역시 재고 소진 시까지 차질 없이 지속하겠으니 안심하고 고객분들께 권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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