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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 등 국내 주요포털사이트는 모두 AI 알고리즘 자동화를 통해 뉴스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드루킹 사건 이후 “기사 배열 안 한다” 선언
네이버는 지난해 4월부터 ‘네이버 뉴스’의 자체 수동 편집 영역을 없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작년부터 수동 편집영역 자체가 없어졌다”며 “모바일에서도 개인이 구독한 언론사의 편집판이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모바일 네이버에서는 모든 수동 배열을 제외하고, 이용자의 구독에 기반한 언론사 직접 편집 뉴스 영역과 개인 콘텐츠 소비 패턴에 근거한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 알고리즘’ 추천 뉴스 영역만 제공하고 있다. ‘PC 뉴스홈 상단 기사’(이 시각 주요 뉴스)도 자동 추천 뉴스로 운영되고 있다.
윤 의원이 지적한 카카오의 다음 역시 자체 AI 알고리즘인 ‘루빅스’(RUBICS, Realtime User Behavior-based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er System)가 뉴스 배치를 편집한다. 언제 어떤 뉴스가 메인화면에 노출됐는지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만큼 뉴스 편집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여지 자체가 없다는 게 카카오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2015년부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도입해서 뉴스 배치 편집에 사람을 다 배제한 지 꽤 됐다”고 전했다.
포털들은 특히 2018년 ‘전(前) 민주당원 포털 뉴스 댓글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불거진 이후 뉴스 노출 및 뉴스 댓글 체제를 전면 개편하면서 조작이나 인위적 개입 여지를 차단하는 데 주력해왔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가 2018년 5월 직접 “네이버 편집자가 더 이상 기사를 배열하지 않겠다”며 “언론사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고 해당 광고 이익과 독자 데이터까지 모두 언론사에 제공함으로써, 네이버는 공간과 기술만 지원하는 역할로 물러 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포털들은 외부 압력이나 청탁에 의한 뉴스 배치 변경은 현재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웅 “AI 감사해야”…포털, 외부 자문위 운영
하지만 윤 의원이 전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대표연설 기사의 다음 메인 노출에 대해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휴대전화로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뉴스 배치에 대한 의구심은 다시 커지고 있다. AI 알고리즘만으로 기사를 배치한다면 관련 사안에 대해 정통한 윤 의원의 행동을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포털에서는 뉴스편집을 인공지능으로 한다고 밝혔는데, 12년이나 네이버에 있으면서 부사장까지 지냈던 인물이 그것을 모르고 항의했다면 너무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 부사장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상근 부회장, 문재인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이런 논란 속에 뉴스를 배치하는 AI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나왔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소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뉴스편집을 AI가 전담하면 뉴스의 중립성은 괜찮은 걸까요”라며 “AI 시스템이 차별하지 않는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 이미 지난 2018년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검토위원회’를 통해 알고리즘을 검증한 뒤 발표까지 마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디어자문위원회에서 뉴스 시스템에 대한 검증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에서 거론하는 뉴스편집 AI 알고리즘 공개 방안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 자체를 공개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개발한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자사의 기술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사 노출이 잘되는 알고리즘을 알게 되면 오히려 악용될 소지도 있다”며 “특정 키워드의 기사가 잘 노출되게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너무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