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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일반고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재벌 자녀와 택시운전사 자녀가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사회 최상층으로 재벌을, 최하층으로 택시기사를 예로 든 발언이라 교육감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일반고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은 섞임의 교육이 돼야 한다”며 “재벌 자녀와 택시운전사 자녀가 한 학교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리 교육의 원인인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고 섞임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교육감으로서 발언을 신중히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을 택시기사의 자녀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아버지는 대기업총수보다 깨끗하셨고 나는 행복하고 좋은 가정에서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런데 왜 우리가정이 사회 최하층을 대변하는 가정으로 비유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시 자신을 택시기사 자녀로 소개한 또 다른 네티즌도 “아버지는 회사택시를 운전하셔서 오늘도 사납금을 내고 계신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부모님은 저를 한 번도 주눅 들게 키우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택시기사를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의 대명사처럼 표현한 교육감의 발언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경력 8년의 정모(57)씨도 “굳이 택시기사를 재벌과 대척점으로 들었어야 했나. 우리 기사들보다 그 자녀들이 들으면 더욱 기분이 상했을 얘기”라며 “(택시기사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교육감의 위치에 있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력 30년의 택시기사 강모(62)씨는 “현재 우리나라 택시기사가 처한 현실은 냉정하게 말해 사회 최하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자녀와 재벌 자녀가 거리감 없이 어울릴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을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신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를 졸업시켜놓고 자사고·외고 폐지를 추진한다는 것. 조 교육감은 이날도 외고·자사고의 일괄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소모적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교육부의 법령 개정 의지가 없다면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자사고·외고 폐지에 대한 공론화라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자사고·외고의 설립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 3항 등)을 폐지,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자기 자녀들은 수월성 교육을 받게 하고 다른 사람 자녀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자신의 언행불일치에 대해 책임지고 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자사고·외고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에도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는데 그는 성공회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별강연에서 “용기가 없어 아들을 주류로 키웠다”고 해명했다. 당시 조 교육감은 “한국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자녀를 경쟁에서 승리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나도 용기가 없어 내 아들 두 명을 주류로 키웠지만 이제 지식탐구의 방법론이 달라져야 한다. 여러분들은 지식의 암송자가 아닌 새로운 발견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