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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고향에 돌아온 지 700년이 되었는데 한국을 떠나면 다시 못 돌아올 것 같았다. 그래서 저질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 기업인의 도움으로 그간 간절히 바라던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마침내 소장하게 됐다. 윤동한(69)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지난 4월 일본 미술품중개상을 통해 25억원에 구입한 수월관음도’를 기증한 덕이다.
윤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에 참석해 “7년 전쯤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들렀을 때 해설사가 이 박물관이 소장한 ‘수월관음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의 국립박물관에는 없는 작품이라고 말해 자존심이 상했다”며 “지난봄 우연히 일본에 있던 고려불화 ‘수월관음도’가 한국 나들이를 나와 구매자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던 윤 회장은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산행 중 절에 가면 탱화를 유심히 보는 편”이라며 “700년 만에 고국땅에 돌아온 ‘수월관음도’가 일본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 저질렀는데 마치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고려불화는 세계에 160여점만 남아 있는 희귀한 문화재로 특히 ‘수월관음도’는 표현방식이 화려하고 섬세해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경인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음보살의 거처와 형상을 묘사한 ‘수월관음도’는 세계에 46점만 남아 있다고 알려졌으며 국내에는 리움미술관에 2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우학문화재단·호림박물관이 각각 1점씩 소장하고 있다. 이 중 리움미술관 1점을 제외한 4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윤 회장이 기증한 ‘수월관음도’는 14세기 중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며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비단 위에 그려졌으며 전체크기는 세로 172㎝, 세로 63㎝이고 화면크기는 세로 91㎝, 가로 43㎝로 다른 ‘수월관음도’에 비해 조금 작은 편이다.
윤 회장은 “‘수월관음도’를 구매한다고 하자 한국콜마에서 직접 박물관 지어 전시하라는 충고도 많았다”며 “하지만 문화재는 늘 필요한 곳에 놓고 같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자문을 받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말했다.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그림이 보일 정도로 화면이 어둡지만 제작한 뒤 700여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적외선 조사를 통해 본 결과 관음보살의 눈썹과 눈매를 비롯해 각종 문양까지 고려불화의 특징을 생생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197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해 대웅제약 최연소 부사장을 거쳐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세웠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을 도입해 화제가 됐으며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처리에 앞서 기증받은 ‘수월관음도’를 1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상설전시실 2층 불교회화실에서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