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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김용갑 기자] 국내 주식시장 수급에 큰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다. 올들어 10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증시 버팀목이 됐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도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그나마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부분 차익거래라는 수동적인 매수세에 불과한 만큼 향후 수급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우려다.
◇외국인 매도 vs 기관 매수…“삼성전자 급락 탓”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9287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이날만 5500억원을 팔아 지난해 8월26일(5505억원) 이후 1년 2개월만에 하루 최대 순매도를 보였다. 또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전날 하루동안 1만1535계약(1조4906억원)을 순매도하며 12월물 누적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기관은 사흘 연속 순매수 행진이다. 이 기간 순매수규모만 1조4251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4750억원 가량 순매수한 셈이다. 특히 이번 기관 매수는 금융투자(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다. 금융투자는 사흘간 1조5669억원을 쓸어 담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과 기관 수급 변화에 영향을 준 주요 변수로 삼성전자(005930)를 꼽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삼성전자 급락세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고 외국인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현물과 선물을 대규모로 순매도했다”며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선물매매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삼성전자 주가 급락이 선물시장의 상대적 강세, 선물 베이시스 개선으로 이어지며 주식은 사고 선물은 파는 매수차익거래를 유발시켰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이렇게 유입된 금융투자의 매수차익거래는 만기일에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금융투자는 차익거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갖고 매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급여건 악화…외국인 순매도 지속엔 `이견`
결국 국내 증시 수급 주체가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수급 공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컸던데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4분기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외 부담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스권 상단에 대한 부담 속에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준금리 인상 이슈, 도이체방크 벌금 이슈, 유럽중앙은행(ECB) 자산매입 중단, 파운드화 급락세 등 투자심리를 압박할 만한 변수들이 얽혀 있다.
다만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들의 경우 아직은 심리적 리스크 요인이라는 점에서 대외 매크로 환경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산유국의 산유량 감산 합의 등으로 유가 하방 경직성이 커지고 더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선호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수급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배당투자 수요가 국내 증시 수급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의 만기 청산 파장은 배당투자 수요와 상쇄돼 제한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도 “매년 4분기는 배당향 자금이 유입되는 시점이며 특히 10월을 기준으로 해당 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차익거래자 또는 인덱스 투자자들의 경우 청산을 지연할 가능성이 크며 배당수익률을 포기할 만큼의 청산 동기를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