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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가명·16)양이 처음으로 집을 나간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엄마·남동생과 함께 누우면 움직일 공간도 없는 비좁은 원룸에서 밤새 앓는 소리를 내는 엄마와 지내는 게 싫었다. 빚에 시달리던 엄마는 민주에게 휴대폰을 사주지도, 차비 1000원도 주지 못해 쩔쩔맸다. 가출 후 대형마트에서 음식을 훔치거나 무리들과 앵벌이를 해서 먹고 살았다. 결국 민주는 지난해 특수절도와 사기로 소년재판을 받고 나사로의 집에서 살게 됐다. 민주는 “집에 가면 다시 가출할 것이 뻔하다”며 “엄마한테는 고민도 말하기 어렵지만 여기서는 선생님들께 상담도 받고 공부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민주는 스스로 6개월 더 연장신청을 했다.
경기도 내 유일한 6호 처분 아동보호치료시설인 ‘나사로의 집’이 폐업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예산의 80% 가량을 지원했던 양주시가 올해 5월 이후로 예산을 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행청소년들이 적절한 보호와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국 2곳 뿐인 비행 청소녀 보호시설 폐쇄 위기
나사로의 집은 소년재판에서 6호 처분을 받은 여자 소년범들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머물며 검정고시 공부와 기술을 배우는 아동보호치료시설이다. 소년재판의 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나뉘는데 비행정도가 무거운 경우는 9·10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수용되며 그보다 경미한 경우는 6호 처분을 받고 아동보호치료시설 등에서 교육을 받는다.
장진영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보호관찰을 받는 5호와 치료시설로 들어가는 6호의 비행정도는 사실 차이가 없다”며 “가정형편이 좋아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5호 처분, 한 부모 가정의 아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6호 처분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아동보호치료시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아동보호치료시설 중 6호 처분 수탁기관은 7곳에 불과하다. 이중에서도 여자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마자렐로센터와 나사로의 집 두 곳 뿐이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소년재판의 가장 큰 목적은 처벌이 아닌 갱생이다. 소년원 송치보다는 6호 처분을 내리는 것이 갱생이라는 목적에 훨씬 적합하다”며 “6호 처분 수탁기관에 남는 자리가 없어서 꼭 가야하는 아이들을 못 보낼 때가 있는데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양주시·복지부 예산지원 팔밀이
나사로의 집은 지난 해 예산 중 80%에 해당하는 약 6억원을 양주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했다. 나머지는 경기도와 법원 그리고 종교재단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2005년부터 아동보호치료시설 예산은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규정이 변경돼 중앙정부 예산은 전혀 없다.
문제는 올해 5월 양주시가 지원 중단을 예고하면서 불거졌다. 양주시는 나사로의 집 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나사로의 집에 사는 청소년 중 양주시에 주소지를 둔 아이는 한 명도 없다”며 “우리의 재정도 열악한데 경기도에서 유일한 아동보호치료시설의 예산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나사로의 집 관계자는 “양주시의 지원이 없으면 인건비 지급이 불가능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중앙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우리가 아동보호치료시설의 소관부서는 맞지만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며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관련 시설의 예산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맡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역시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게 예산을 전적으로 떠넘기기보다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한국소년정책학회 편집간사는 “6호 처분 수탁기관은 비행청소년 재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보건복지부나 법무부 등 중앙정부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옳다”며 “비행청소년들의 적절한 교육시기를 놓친다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