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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통계청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보도자료 중 수치 오류가 발생해 보도 계획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자료가 배포되고, 10시 브리핑을 거쳐 12시 보도가 예정돼있었으나, 급하게 취소된 것이다. 재공표 날짜는 오류 수정 후인 오는 9일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한 가구의 자산과 부채, 소득 및 지출을 통해 미시적인 수준에서 재무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작성된다. 통계청과 더불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작성에 참여해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 사회의 소득 재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함께 나와 소득 재분배를 보여주는 국가의 공식 통계로 꼽힌다.
이날 오후 통계청은 통계 자료를 작성하던 중 ‘장기요양보험료’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밝혔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한 가구의 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납세(국세청), 사회보험료(보건복지부) 등 타 부처의 행정자료 약 30여개를 연계하고 있는데, 이중 자동 연계가 되지 않아 통계청이 직접 장기요양보험료를 계산하기 위해 수식을 입력할 때 실수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보험료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0.9082%인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건강보험료율(7.09%)로 나눈 후 이 값을 건강보험료에 곱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식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 단위를 빠뜨려 0.9082%가 아닌 0.9082를 곱하게 돼 결과값이 100배 커지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 “계엄령 등 정치 상황과 연관 없어, 의도적 실수 아냐”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대상인 약 4만 1000가구원 중 551가구원은 행정자료 연계가 되지 않아 직접 수식을 넣어 추정해야 했는데, 입력 과정에서 %를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계 작성을 위해서 전문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입력 과정에서 단순 실수가 있었던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을 갖춰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분야의 실수로 인해 공표 전 교차검증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포함되며, 이는 가계금융복지조사 내 ‘공적연금’으로 잡힌다. 공적연금은 직접 재화를 소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위해 지출하는 ‘비소비지출’에 해당하고, 비소비지출은 한 가구가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의 일부로 집계되기 때문에 장기요양보험료 계산이 틀리면 가구의 소비 여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오류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사전 교차검증 시스템 부재가 아니냐’는 지적에 통계청 관계자는 “워낙 많은 자료들이 연계되다보니 항상 꼼꼼히 살피고 있고, 결과값에 대해선 공동 작성 기관들끼리 함께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프로그래밍·입력 과정은 전문 분야라 담당직원 외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통계청은 작성하는 모든 통계가 공표가 된 이후 마이크로데이터까지 전부 공개되는 만큼 ‘의도적’인 실수를 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별 가구의 모든 응답이 전부 공개되고, 이 결과는 학계와 언론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접근할 수 있어 오류는 반드시 발견된다.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며 “사후에라도 오류가 발견된 사례는 이전에도 단 한건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이와 같은 실수가 계엄령 등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약 한 달전에 이미 집계가 끝났고, 산출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근 상황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모든 통계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코딩 등 세부작성 과정에 대해서 상호 점검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