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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없고 버스는 '만차'·택시는 '예약'…"집에 어떻게 가요"

조민정 기자I 2022.04.11 16:27:55

코로나 19 방역지침 완화, 거리 풍경 바꿔
영업시간 자정까지…대중교통 끊겨 '발동동'
택시 없고, 올빼미버스 만차…"집에 갈 방법 없네"
버스·지하철 '연장 운행' 아직…감축만 정상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제발 다음 버스 타세요…문이 안 닫혀서 출발을 할 수가 없잖아요.”

콩나물처럼 승객들이 빽빽하게 탑승한 심야버스인 ‘올빼미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가 이렇게 소리쳤다. 자정이 되고 택시 잡기에 실패한 시민들이 올빼미버스에 올라타면서 출퇴근 시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버스 내부가 가득 차 발 디딜 틈 없어 버스 기사가 다음 차 탑승을 권했지만 정류장에 멈출 때마다 승객들은 “이거 타야 돼. 못 타면 집에 못 가”라고 몸을 구겨 넣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 속 북적이는 서울 마포구 홍대앞 젊음의 거리(사진=연합뉴스)
◇한시간씩 늦춰진 귀가대란…“택시 잡는데 한시간”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로 영업시간 제한이 자정까지 완화되면서 시민들의 귀갓길 대란이 벌어졌다. 일상회복 심리가 작용해 늦은 밤까지 사적 모임을 즐긴 시민들이 자정이 될 무렵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다. 저녁 10시, 11시 영업제한일 땐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운행했기 때문에 막차라도 탈 수 있었지만 자정엔 대중교통이 모두 끊겨 집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다. 택시와 올빼미버스가 있지만 순간적으로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지난 10일과 11일 0시, 이데일리가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를 둘러본 결과 밤 11시 50분께부터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고 거리에 늘어서 있었다. 저 멀리 ‘빈차’ 빨간 등을 발견한 시민이 “저기 빈차 있다”라고 소리치자마자 택시는 ‘예약’을 알리는 초록 등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선 “집에 어떻게 가지”, “택시가 안 잡혀”, “카카오 부르는데 이제 블루는 뜨지도 않네” 등의 목소리가 가득찼다.

오랜만에 홍대부근에 놀러 나왔다는 김모(27)씨는 새벽 1시까지 택시를 잡아봤지만 실패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그래도 전엔 영업시간 한 시간 정도만 지나면 택시가 잘 잡혀서 기다려봤는데 새벽 1시에도 안 잡히더라”며 “결국 올빼미버스를 탔는데 그마저도 갈아타야 해서 집에 오니까 새벽 2시였다”고 했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쉬는 날이었다며 안양에서 친구를 만난 조모(25)씨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한 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원래 이 시간에 택시 타면 10분이면 오는 길인데 택시가 하나도 없어서 집에 도착하니까 한 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0)씨는 “미리 계산해서 밤11시30분부터 택시를 잡았는데도 실패했다”며 “아예 영업시간 제한을 확 풀면 자정 무렵 이 난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방역지침 완화·대중교통, 따로국밥…정상화 언제?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평일 밤 10시 이후 20%가량 감축해오던 버스·지하철을 정상화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새벽 1시까지 해왔던 연장 운행은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와 열차 점검 등을 이유로 연장 운행을 원치 않고 있어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강화를 위한 심야 작업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이 악화됐다”며 “2020년 4월부터 잠정 중단한 심야 1시간 연장운행이 2년간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거론된다면 재논의할 순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단 올빼미버스를 오는 18일부터 9개 운영 노선을 14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서울의 도시경제 활동이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시민들의 생활 변화에 맞춘 심야 대중교통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며 “올빼미버스 확대가 택시 승차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더욱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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