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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들 생산설비 확충에 인력난 가중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확대에 앞다퉈 나서면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년간 반도체 업계에 숙련된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디지털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간 경쟁으로 인력난이 더 가중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업계보다 생산 과정의 자동화가 고도로 이뤄졌지만 공장의 첨단장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인텔 등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각국에서도 반도체를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보고 앞다퉈 생산설비 유치전을 벌이면서 인력난은 더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텔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 1000억달러(약 119조원) 이상을 들여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미국 내 투자 중에선 최대규모다. 파운드리 업계 글로벌 1위인 TSMC도 3년간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파운드리 공장은 관련 학과를 졸업한 전문 인력 수천명이 투입돼야 가동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제조 공정을 관리·감독할 기술자들과 새로운 칩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을 포함한다.
미국의 인재 관리 회사인 에잇폴드(Eightfold)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7만~9만 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선 30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TSMC가 위치한 대만도 지난해 8월의 경우 2만7700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대만 최대 온라인 채용사이트 104 잡뱅크는 집계했다. 6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업계의 월평균 급여는 10년 만에 최대치로 올랐다.
중국도 최근 5년간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2배로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약 25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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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늘지만 공급은 감소…산학협력에 정부도 지원
기존 공장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공장도 추가로 건설되면서 인력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이전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학에서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관련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증가하지만 반도체 등 공학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로체스터 공과대(RIT)의 경우 학부 전기공학과 학생의 수가 1980년대 중반 50여명에서 현재 10여명으로 줄었다. 샌토시 큐리넥 RIT 교수는 “이제 학생들은 구글용 앱을 만들거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인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ASML은 대학과의 관계를 심화시켜 졸업생들과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관련 학과에 해외 유학생이 늘자 의회에 해외 인력 채용을 더욱 쉽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대만은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혁신과 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을 통과시켜 몇몇 대만 대학들이 TSMC 등 기업과 제휴해 반도체 전문대학을 설립하도록 지원했다. 중국은 칩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자급자족을 추진하기 위해 반도체 전문 연구학교와 연수원을 개설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산학협력은 향후 10년간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