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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판사가 법대에 앉은 직후 법정 좌측 벽면에 걸린 스크린 속에는 두 명의 중년 변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인들의 사무실에서 노트북 등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재판에 출석한 사건 대리인들이다. 스크린에는 화면 위쪽에 원고·피고 대리인, 아래 쪽에는 재판장인 박 부장판사의 모습이 비쳐졌다.
재판 준비가 마무리된 후 박 부장판사는 “12월 23일 오후 재판을 시작한다. 오후 재판은 영상재판으로 변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법정 개장을 고지한 후 스크린 속 원고와 피고 대리인들의 출석을 확인했다.
박 부장판사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대리인들에게 영상재판에서 주의할 점을 안내했다. 그는 “영상재판에서도 (일반 재판과 마찬가지로) 무단으로 재판을 녹화하거나 촬영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심리에 방해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며 “만약 허가 없이 촬영이나 녹화를 하면 과태료 부과나 감치 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리인들은 영상을 통해 변론을 주고받은 마무리했다. 비교적 단순한 사건이었기에 재판부 질의에 간단한 답변만 오갔다.
다음 재판 일정을 정하려는 박 부장판사가 대리인들에게 영상기일로 진행할지 아니면 법정에 출석해 진행할지 의향을 물었다. 이에 원고 측 대리인은 “영상재판을 계속했으면 한다”고 했고, 피고 측도 이에 동의하며 다음 변론기일도 영상재판으로 결정됐다.
곧바로 열린 다른 사건 재판에선 원고 대리인만 법정에 출석했고, 피고 대리인은 영상을 통해 재판에 참석했다. 사건 당사자 한명의 영상재판 참여라도 결국 전체적인 영상재판 진행 절차가 불가피하다. 원고 측 자리에 마련된 PC엔 화상장치가 연결돼 원고 대리인이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 모습은 민·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대폭 확대된 영상재판의 풍경이다. 지난 18일 시행된 개정안을 통해 민사재판의 경우 △변론기일 △준비기일 △심문기일 △조정기일 △증인·당사자신문 등 거의 대부분의 절차가 영상재판으로 가능해졌다. 비교적 절차가 까다로운 형사재판의 경우도 재판 준비 절차인 공판준비기일을 비롯해 증인·감정인·통역인 심문, 구속이유 고지 등에 대해선 영상재판이 허용됐다.
법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의 영향으로 빈번한 재판연기를 경험했던 만큼 유사한 위기상황이 발생해도 영상재판을 통해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 변호사업계에서도 법원 출석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일각에선 영상재판 확대에도 불구하고 변론 효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는 것만큼 집중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영상재판에서 대리인 중 한 명으로부터 카카오톡 알람이나 소송 관계인 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산만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의 경우 재판부 설득 과정에선 한 끗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며 “감정에 호소하기 등 다양한 변론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법정 출석을 더 선호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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