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북부지방법원 민원실 직원들은 점심시간 전인 오전 11시 55분께 민원인들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법원 민원실이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운영하는지 모르는 민원인들은 발길을 돌리거나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 불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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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텅텅 빈 법원 민원실을 내내 서성이던 자영업자 김모(49)씨는 “민원실은 당연히 열려 있을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지 몰랐다”며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 민원실은 점심시간이면 상주하는 직원이 1명도 없어 민원인이 도움을 받을 방법은 없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60대 강모씨는 “사건 번호를 알아내 경매과로 가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점심시간이더라도 상주하는 직원 한 명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해결방법을 못 찾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법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법원 문턱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대국민 민원 서비스만큼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서 민원실을 비롯해 주민센터, 우체국 등 다른 관공서 민원실은 공무원이 교대로 점심을 먹으면서 기본적인 민원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개방하지만, 유독 법원만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서다. 북부지법뿐 아니라 서부지법 등 서울 관내 다른 법원을 비롯해 전국 법원이 점심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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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측은 다른 관공서와 달리 법원만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1981년 제정된 법원공무원규칙 제77조 2항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규칙은 ‘공무원의 1일 근무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로 하며,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3시까지로 한다’고 돼 있다. 단, ‘소속기관장이 직무의 성질, 지역 또는 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예외로 근무시간 외 근무를 명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법원이 재량을 통해 불편한 대국민 민원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명령을 내린 적은 관련 규칙이 제정된 후 40년간 전혀 없다.
법원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국민 민원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법원 측은 ‘인력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민원실은 운영하지 않음으로써 민원인이 불편하다는 단점은 있겠지만, 법원에 잉여 인력이 없다”며 “민원실 당직 근무를 하려면 단순히 민원만 접수하는 게 아니라 민원인을 응대하고 답을 해줘야 해서 본인이 맡은 업무를 알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점심시간에 민원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점심 당직 및 교대 근무와 관련해서는 소속 법원의 재량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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