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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 2월 화성에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을 가동하지 불과 석달만에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다.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을 주로 생산할 평택 파운드리 라인은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평택 2라인에 약 30조원을 투자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중심으로 라인을 구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극심한 메모리 업황 악화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의 여파로, 평택 2라인 투자액 중 ‘3분의 1’ 수준인 10조원을 수요가 안정적인 파운드리 라인 신설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올해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왔다. 또 올 연말까지 7나노 이하 공정 비중을 지난해 대비 3배 가량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초미세공정 기술에선 세계 1위 대만 TSMC를 한발 앞서나가고, V1 라인에 이어 평택 파운드리 라인 건설로 양산 능력까지 동시에 확대하는 ‘초(超)격차’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올 초 3나노 공정 개발도 TSMC보다 먼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또 퀄컴의 5G모뎀칩 ‘스냅드래곤 X60’을 올 1분기 V1 라인에서 업계 첫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평택 라인이 추가로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나노 제품을 올 하반기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SMC 빈틈 노린 삼성전자…평택서 中 수요 공략
업계에선 얼마 전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 추진 발표가 삼성전자의 평택 파운드리 라인 신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금수’ 조치를 취한 가운데 TSMC가 화웨이 물량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확대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1%로 압도적 1위였고 삼성전자 15.9%,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7.7%, 대만 UMC 7.4%, 중국 SMIC 4.5% 등이 2~5위권을 형성했다. 7나노 이하 공정 제품 생산이 TSMC와 삼성전자 등 두 곳만 가능해 세계 1위인 TSMC가 대부분의 물량을 독식하는 상황이다. 실제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102억 달러(약 12조 5500억원)로 전년 동기(70억 9600만 달러) 대비 43.7%나 급증했다. 같은기간 삼성전자가 15.9%(25억 8600만 달러→29억 9600만 달러) 늘어난 것보다 3배 가까운 가파른 성장세다.
하지만 TSMC가 미국 상무부 제재 조치로 화웨이 물량 수주가 어려워지고 미국에 5나노 반도체 공장 신설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에게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5나노 기반 미국 공장을 내년에 착공해 2024년 생산을 목표로하고 있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이달 착공해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달 착공한 평택 파운드리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발표한 것은 이미 상당한 물량을 수주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우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도 양국의 규제 영향이 적은 이점도 있어 TSMC가 독점해온 중국 파운드리 물량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가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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