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외국인 아파트 재건축…3.3㎡ 8000만원 강북신화 쓸까

양희동 기자I 2016.03.28 18:51:39

매각예정가 6130억원…5월 입찰
땅값만 3.3㎡=3300만원 웃돌아
“인근 ‘한남 더힐’보다 입지성 우수”

△이달말 LH가 민간에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외국인아파트’ 일대. 강북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되며 땅값만 3.3㎡당 3300만원선으로 책정돼 인근 한남더힐을 넘어선 최고가 아파트 등극이 점쳐진다.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를 나서 ‘한남대로’ 방면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자, 2~3m 높이의 담장과 철조망 등으로 둘러싸인 흰색 외관의 15층 높이 아파트 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일부에는 적갈색 박공지붕(‘ㅅ’자 모양)을 올린 4층짜리 연립주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외국인아파트’(512가구)는 출입구를 굳게 걸어 잠근 채 단지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밖은 한남대로를 따라 사람과 차들이 분주히 오고 갔지만 내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지은지 30년이 넘었고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가까이 아무도 살지 않았는데도 단지 내부는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관리하고 있는 이 아파트 부지는 민간 매각을 앞두고 있다.

△한남 외국인아파트는 매각을 앞두고 현재 비어있는 상태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외국인아파트 정문 앞.


◇탁월한 입지 바탕으로 향후 역대 최고 분양가 예상돼

서울 강북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한남 외국인아파트 부지(6만 677.2㎡·30개 필지)는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조성해 제공한 대가로 LH가 지난해 말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았다. LH는 오는 30일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민간에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다. 매각가는 감정평가액(5506억원)보다 11%가량 높은 6131억 4265만 9619원으로 책정됐다. 땅값만 3.3㎡당 33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LH는 다음달 4일 부지 내에서 현장설명회를 연 뒤 5월 3~4일 입찰신청을 받고 같은달 10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한남동 외국인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5000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200m 가량 떨어져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한남더힐’(600가구)마저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2월 전용 244.75㎡형이 77억원에 팔린 한남더힐은 분양전환가격이 최고 7944만원(전용면적 242㎡형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2009년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돼 지금도 분양전환가격을 두고 입주민과 시행사 간에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외국인아파트 부지는 현재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고, 앞선 용산 지역 외국인아파트 부지의 매각 사례도 분양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 부지가 매각된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 외국인주택단지’(부지면적 4만 9117㎡)의 경우 2000년 6월 분양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이수건설은 이 부지를 1919억원(3.3㎡당 1290만원선)에 사들였고 LG건설(현 GS건설)과 함께 재건축을 진행해 ‘LG한강자이’아파트(656가구)를 지었다. 이 단지의 펜트하우스 격인 전용 243.26㎡형(4가구)는 당시까지 최고가인 30억원에 분양돼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긴 첫 사례로 기록됐다. 땅값에 비해 지나친 고가 분양이란 논란도 있었지만 현재 이 주택형의 평균 시세는 45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남 외국인아파트의 펜트하우스는 한남더힐을 뛰어넘어 3.3㎡당 8000만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변 도로나 지하철, 이태원 접근성 등을 따져보면 외국인아파트 부지가 한남 더힐보다 입지가 더 좋다”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택지여서 이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는 분양가가 국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용도지역 등 제한조건 탓에 신중한 건설사들

한남 외국인아파트 부지의 뛰어난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6000억원이 넘는 매각가격 때문이다. 업계에선 용도지역이나 건축 조건 등에 비해 매각가가 높아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부지가 속한 지역은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있어 높이 제한(최고 30m)을 받는다. 또 부지 대부분이 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이하)이라 인근 한남더힐과 마찬가지로 10층 안팎의 중층 아파트만 지을 수 있다. 고층으로 지어 가구수를 늘릴 수 없으니 수익 확보하려면 고급화를 통해 분양가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조건 탓에 입찰이 유력시되는 국내 10대 건설사 중 적극적으로 입찰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없다. 대부분 사업성 검토 단계이거나 시공사로 참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업체들이 입지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건축 조건에 비해 감정가가 높아 무리한 입찰 경쟁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매각 공고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해본 뒤 입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H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변 여건과 용도지역 등을 모두 고려해 감정평가가 이뤄졌고 입찰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들도 공개된 조건에 맞춰 사업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입찰신청을 진행한 이후 사업 참여자의 윤곽이 나와야 매각 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남외국인아파트’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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