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애아 엄마 편견 딛고 머스크도 반한 교육 SW 개발한 무기는?

김현아 기자I 2024.12.02 18:43:25

[만났습니다②] 글로벌 에듀테크 에누마 이수인 대표
장애 아들을 위한 첫걸음
‘토도수학’에서 글로벌 도전까지
공교육의 변화에 대한 도전
모두를 위한 교육 소프트웨어 혁신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그간 디지털 소프트웨어가 학교에서 실패한 이유는 대상이 명확치 않아서죠.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 없고, 평균적인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는데, 그런 소프트웨어는 학교에서 사용되지 않았죠. 그 아이들이 디지털 교육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49)는 스타트업 에누마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 이수인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목표는 분명했다. 평균 이하의 학습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맞춤형 디지털 학습을 제공하고, 그들이 겪는 학습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는 싸웠죠. 그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한 첫 번째 도전, 디지털 교육에 대한 확신

이수인 대표의 도전은 2013년,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한 수학 학습 앱 ‘토도수학’의 출시로 시작됐다. 이 앱은 20개국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과의 만남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유네스코와 일론 머스크,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문맹 퇴치를 목표로 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를 열었다. 700개가 넘는 팀 중 대부분은 중도에 포기했지만, 에누마는 인터넷이나 학교가 없는 지역에서 7~10세 탄자니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해와 수리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제공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그 때, 우리는 글자를 하나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15개월 만에 문장을 읽고, 덧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봤다. 그 순간, ‘디지털 교육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라고 회상했다.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

탄자니아에서의 경험은 태국어로 ‘깊이 생각하다(kitkit)’라는 뜻의 ‘킷킷스쿨’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장애 아동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넘어, 모든 아이들이 필요한 학습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전 세계 아이들 중 60%가 기초 학습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다.

2020년 팬데믹 동안, 에누마는 B2C 사업을 확장하며 큰 성장을 거뒀다. 그는 “‘토도 수학’, ‘토도 영어’, ‘토도 한글’을 통해 한국, 일본, 중국에서 급성장했다”면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디지털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의 제품이 급격히 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변화를 향한 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공교육의 변화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교육이 필요한 곳에는 그때까지도 제대로 된 디지털 교육이 없었다”면서 “팬데믹 동안 학습 결손이 커져 교육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라고 했다.

그래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최근 대한민국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했다. 공교육에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배울 수 있는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은 빠르게 배울 수도, 느리게 배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는 그들의 속도에 맞춰주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디지털 공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속도로 배울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고 했다.

사명의 의미도 남다르다. 에누마는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센다’는 뜻의 영어 단어 enumerate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수인 대표는 “에누마는 ‘모두’를 의미하는 단어다. 저희 회사의 대표 상품인 ‘토도’는 스페인어로 ‘모두’를 의미한다.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에누마는 최근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수인 대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모든 아이가 학습할 기회를 갖는 세상, 그리고 그들을 위한 교육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루는 것이 제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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