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는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마셜에 25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해 CATL과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포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은 배터리 기술 및 노하우를 제공한다. 이는 IRA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제정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16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 공급망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다. IRA에 따르면 ‘해외우려국가’에 의해 제조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거나 해외우려국가에 의해 가공된 배터리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중국의 미국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포드가 100% 지분을 보유하면서 시장에서는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차 사업부 부사장은 “우리에게 IRA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며 “솔직히 IRA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고 말해 IRA의 허점을 노리고 CATL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기차 시장 확대..저가 LFP배터리 관심↑
포드가 CATL과 손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포드는 2026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20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개발과 생산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우 국내 기업이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해 저가용·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돼왔다. 지난해 7월 포드는 올해부터 전기차 머스탱 마하-E 모델에, 내년 초부터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CATL의 LFP 배터리 팩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면 가성비가 좋은 배터리를 탑재해 판매 가격을 낮춰야 한다. 특히 최근 LFP 배터리 기술 개발로 경쟁력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테슬라, 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가 LFP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저가배터리 앞세운 中, 美 진출 가속화되나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IRA 영향으로 미국 시장내 무혈입성을 전망했는데 이번 합작공장 설립으로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CATL의 미국 시장 진출로 향후 중국업체의 미국 진입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CATL은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 모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에 각각 합작 1~3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은 이미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에 3개의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심지어 국내 배터리업체 3사는 판매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업체의 가파른 성장세로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은 191.6GWh의 배터리를 공급, 전체 시장의 37.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성장률만 92.5%에 이른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18.5% 성장한 70.4GWh로 2위(13.6%)를 기록했지만 점유율은 19.7%에서 13.6%로 감소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드라는 미국 민간기업이 중국 기업과 손잡는 것, 미국 행정부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은 어렵지만,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휩쓸던 한국 배터리 기업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합작공장 설립으로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두고 다른 중국 기업들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LFP 배터리가 확대되고 있고 기술력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