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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오는 3분기 mRNA 4가 독감백신 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다. 캐서린 얀센 화이자 수석부회장(백신연구개발 총책임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앞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한 mRNA 기술은 더 강력한 독감 예방주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mRNA 독감백신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화이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도 mRNA 4가 독감백신 개발을 시사했다.
mRNA는 변이바이러스에 신속 대응이 가능해 독감백신에 있어 최적의 플랫폼으로 꼽힌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mRNA는 이론상 염기만 갈아끼면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변이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감백신 효능이 매년 오락가락하는 이유도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류가 에이즈백신을 못 만들어낸 이유가 변이바이러스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백신을 만들어도 효용이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mRNA 방식으론 에이즈백신 제조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RNA바이러스인 에이즈는 DNA바이러스에 비해 돌연변이 발생 확률이 높아 치료나 예방이 어렵다.
mRNA 독감백신이 백신시장 전체 판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mRNA 항체 역가 수준과 T세포 반응 등 강력한 면역반응을 감안할 때 현재 사노피 ‘플루블락’ 독감백신에 비해 차별화가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기존 독감백신 항체 생성률이 70% 안팎이지만 mRNA 독감백신에선 코로나19 백신과 유사한 90%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 기존 유정란 배양방식의 독감백신보다 인체독성은 낮고 효능이 좋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단 얘기다.
업계에선 mRNA가 치료제 개발 영역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한 백신 전문가는 “인체에 있는 단백질 중 세포 밖 단백질이 3분의 1가량이고, 나머지는 세포 안에 있다”며 “재조합단백질, 단일클론 항체단백질은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어 세포밖에서만 발현한다. 당연히 타깃으로 할 수 있는 단백질 숫자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mRNA 방식으론 거의 모든 단백질을 타깃으로 할 수 있어 대부분 적응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RNA는 경제성에 있어서도 다른 백신 제조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현재 mRNA 설비를 건설 중인 에스티팜 관계자는 “항체치료제는 세포배양·증식으로 외부에서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며 “반면 mRNA는 우리 몸을 공장으로 사용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큰 시설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mRNA 기반의 다양한 백신·치료제를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해 11월 mRNA 이용해 고형암을 치료하는 기술 특허를 국내와 해외에 각각 출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mRNA가 항바이러스 백신을 넘어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하는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 항암백신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