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 “성적 흥분·수치심 줘야 음란행위”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액션)’ 회원 10명에 대해 공연음란죄 혐의 등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4일 밝혔다. 시위를 진행한 동기와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시위에 공연음란죄와 경범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체 회원 10명은 지난 2일 오후 1시쯤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의 반라사진을 삭제하는 회사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상의를 벗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제지에 나선 경찰과 10여 분간 신경전을 벌이다 집회를 중단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단체의 집회를 공연음란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2건 올라와 있다.
청원인 A씨는 “우리 사회가 음란죄를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옷을 입지 않고 신체의 일부를 과도하게 드러내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며 “여성들이 단체로 상의를 탈의한 채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음란행위’를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형법 245조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반라시위와 유사한 사례에서 공연음란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말다툼을 한 뒤 항의의 표시로 엉덩이를 노출한 행위에 대해 공연음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신체 노출행위가 있더라도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노출 동기·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타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면 이 같은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에 해당할지언정 형법 제245조의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범죄 처벌법에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승철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음란행위는 단순히 은밀한 신체부위 노출이 아니라 성적 욕구를 자극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야기해야 한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이 집회를 음란하다 느끼지 않을 테니 공연음란죄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 경찰 “여성 상반신 노출은 일반적으로 처벌 대상”
경찰은 이번 반라시위는 입건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성이 상반신을 노출할 경우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선서 관계자는 “음란행위인지를 두고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실무적으로 일선 현장에서는 남자의 경우 하반신 성기 노출, 여자의 경우 상반신 완전 노출이면 공연음란죄로 조서를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에선 상의탈의 퍼포먼스가 집회시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이 집회가 미신고였으면 당연히 법률 위반이고, 신고된 집회였어도 해당 행위(상의 탈의)가 신고할 때 예고한 방법과 너무 다르고 또 시민에게 불쾌감이나 위협을 줬다면 충분히 집시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