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정부가 공립유치원 정원 축소를 담은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 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행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주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11일 의원회관에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고, “여야 공통 공약에 따라 만든 시행령을 불과 3년 만에 개정하려던 시도는 이미 작년에 무산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예산문제나 사립유치원의 반대 등을 이유로 다시 교육부가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재입법 예고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 파기이자 총선 민심에 대한 불복”이라고 질타했다.
현행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르면 교육감은 3년마다 유아수용교육을 수립함에 있어 ‘도시개발사업ㆍ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인구가 유입되어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경우에는 신설되는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수의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공립유치원의 설립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 조항은 지난 2012년 8월 시행령 개정시 포함된 조항으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여야 공통 공약이었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채 3년도 되지 않아 개악될 지경에 처해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16일 당초 ‘4분의 1’이었던 공립유치원 정원을 ‘8분의 1’로 줄이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개정안 반대 의견 제출 건수가 10만2335건에 달할 정도로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다. 또 국회는 지난해 11월 도시개발구역이나 유치원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공립유치원의 설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공립유치원 정원 축소를 시도하는 교육부 시행령과는 정반대의 내용으로 상위 법률이 개정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지난 4월 29일 공립유치원 정원을 축소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했다. 공립유치원 정원을 4분의 1로 유지하되, 인근의 유아교육기관(어린이집 포함) 및 향후 원아 수 추이 등을 고려하여 정원을 일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토론회 발제를 한 신상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작년 공립유치원 정원을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에서 8분의 1로 반토막내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무산되었고 도시개발구역 등에 공립유치원의 설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안보다 더욱 개악된 시행령 안을 입법예고했다”며 반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시도교육청 관계자와 한국교총 등의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했다. 유인옥 세종시교육청 장학사는 “작년에 세종교육감이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1인 시위까지 했었다. 한데 재입법예고 이전 교육청과의 사전협의가 전혀 없어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소식을 들었다”고 교육부의 불통행정을 꼬집었다.
김병림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주무관은 “서울은 땅값이 비싸 공립유치원을 확대하는 데 큰 제약이 있다. 현재 유아교육법 시행령의 1/4 조항이 공립유치원 확충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현행 규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곤 한국교총 정책교섭국장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예산을 이유로 공립유치원 정원을 축소하려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국공립 원아수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 공립유치원 비율은 34개 OECD 국가의 공립유치원 수용비율 70%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2% 수준으로 최악이다. 공립유치원 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며 “진정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보육에서의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면 시행령 개정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공립유치원 설립의무가 잘 지켜지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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