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이연서 기자]
재치 한 스푼, 음파두의 ‘낙서화’
연서: 조엘 음파두는 낙서화로 정통한 작가답게 무심한 듯한 붓 터치, 익살스러운 묘사가 특징인 것 같아요.
수한: 맞아요. 입술을 유난히 두껍게 그린다거나, 곱슬머리도 과장해서 표현했네요. 아프리카 사람들의 외형적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 같아요.
연서: 원색보다 파스텔톤의 색을 다양하게 섞어서 표현한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네요.
조엘 음파두는 낙서와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보다 한 발 앞서 그래피티(graffiti), 즉 낙서화를 개척했다. 특히 프랑스 스타일의 일러스트와 결합시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소재에 한계란 없다
연서: 수한 씨, 이거 보여요? 중간중간에 막 금이 그어져 있네요. 날카로운 도구로 그은 것 같아요.
수한: 그렇네요. 판을 긁어내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에요.
음파두 작품의 주재료는 여느 화가처럼 캔버스가 아니다.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판을, 게다가 신문이나 잡지를 인쇄하고 남은 알루미늄 판을 사용해 활자가 고스란히 묻어날 때도 있다. 그가 좋아하는 인물이 나오면 인물을 그대로 살려서 그림의 일부로 탄생시킨다.
스크래치 기법도 남다르게 적용했다. 아크릴 물감과 오일 크레용으로 두텁게 칠해진 알루미늄판을 예리한 면도날이나 송곳으로 긁어내어 흰색이 드러나게 했다. 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작품 곳곳에 흰 색 윤곽선을 새기며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그는 흰 색의 선이 ‘어두운 아프리카의 현실을 밝혀줄 빛’이라 말한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연서: 저에게 낙서는 해방의 의미였어요.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여과없이 쓰고 그렸으니까요. 아주 사소하게는 학창시절에 수업을 듣다가 졸음이 쏟아지면 공책에 이리저리 낙서를 할 때도 있었고요. 때론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상상하면서 끄적이기도 했어요. 그래피티 역시 뉴욕 할렘가의 외벽이나, 지하철 등에 낙서를 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자기 욕구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잖아요. 조엘 음파두는 어쩌면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것 같아요.
수한: 맞아요. 아프리카는 빈곤이나 내전처럼 좋지 않은 상황이 많이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 중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뿌리에는 빛이 있고, 언제나 두려움과 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느껴져요.
연서: 수한 씨는 어떤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았나요?
수한: 저는 아까 봤던 '역시 음악'이요. 연서 씨는요?
연서: 저는 ‘독특함 혹은 실재성’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작품 설명 중에 ‘예술은 거창한 게 아니다’ 라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전시회, 예술이라 하면 멀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신문의 글자라는 일상적인 요소를 그림 안에 배치한 걸 다시 곱씹을수록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우리 주위에 평범한 것들도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특별해질 수 있고, 그게 바로 예술이라는 거죠. 저도 이젠 예술과 좀 가까워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