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40여 단체가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가 안태근은 유죄라는데, 대법원에서만 아니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첫 번째로 발언에 나선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서지현 검사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재량’으로 판단한 대법원에 “재량을 말하기 전에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루 살폈어야 했다”며 “통념과 권력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사무처장은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이 묵인과 방조 속에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판단할 권리는 검찰만이 갖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선 고위직 검사가 평검사를 성추행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며 “어렵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검찰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법원은 제대로 판결해야 하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은 공수처 등 외부의 개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됐더라면 안태근 성폭력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을 이어간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역시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조치가 보복 성격을 띤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1심과 2심 판결은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전보 발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서 검사로 하여금 사직서를 제출케 할 정도의 가혹한 인사상 불이익이었고, 안 전 검사장이 정확히 의도한 바다”라며 “1심과 2심은 이에 대해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 판단했는데 어떻게 같은 사실에 대해 이렇게나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가”라며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규탄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판결이 미투 운동의 의미를 훼손한다고도 지적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법원 판결은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돼야 함에도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안태근의 보복성 인사권 남용 무죄판결은 조직과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미투 운동에 대법원이 응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시절, 한 장례식장에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서 검사가 이를 검찰 내부에 문제를 제기하자 이를 덮기 위해 서 검사를 검찰 내 인사원칙에 맞지 않는 전보발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다. 1심과 2심은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원칙과 기준에 명백하게 반한다”며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9일 “인사 또한 재량권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