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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재계에 따르면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삼성과 CJ 두 그룹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삼성가(家)인 두 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장남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삼남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조원대 상속 소송을 벌이고 선대 회장 추모식을 따로 갖는 등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왔다.
이재현 CJ회장이 그룹 대외총괄에 ‘삼성맨 신화’로 통하는 박 전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두 그룹 간 화해의 물꼬가 트일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CJ는 이날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낸 박근희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CJ관계자는 “삼성에서 쌓아온 오랜 관록을 토대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의 ‘형제 간 다툼’은 지난 2008년 이른바 ‘삼성 특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 주식이 발단이 됐다. 특점 조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에게 상속 받은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 주식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 이맹희 명예회장은 지난 2012년 여동생 이숙희씨 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차명 주식에 대한 분할을 요구, 유산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고 이맹희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소송전은 막을 내렸지만 앙금은 가시지 않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는 사건까지 터지면서 두 그룹 간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최악의 상황으로 흐르던 두 그룹 간 관계는 지난 2014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汎) 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진정 국면으로 전환됐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지난 2015년 이맹희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에도 홍 전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위로했다.
박 전 부회장의 CJ행(行)은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간 서로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이재현 회장을 따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채욱 CJ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CJ그룹 내 대외 활동을 전담하는 고위직이 없어 내부 경영에 무게를 둬야하는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대외 업무까지 도맡아 온 상황이었다”며 “그룹 내에서는 대외 업무를 전담할 고위직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관록을 바탕으로 대한통운에 대한 자문 역할과 함께 그룹 대외 활동을 총괄 책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두 그룹 간 사이는 한층 원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로 간의 화해 무드는 지난해 12월에 감지됐다. 삼성이 그룹 임직원 신용카드인 ‘삼성패밀리카드’(SFC) 혜택 가운데 CJ푸드빌 외식 브랜드 ‘빕스’ 할인 혜택을 중지했다가 4년 만에 복원시켰기 때문이다. 빕스 할인 혜택은 고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 재산 다툼을 벌어지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2013년 끊겼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유산 상속 문제는 일단락 된 데다 두 그룹 간 사업 영역도 겹치지도 않아 서로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