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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3만원 이상의 판관비를 제한하는 김영란법의 특성 상 백화점·대형마트·주류 등으로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연관이 적은 편의점 업종 관련 주가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법 시행까지는 아직 2개월 가까이 남았지만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염려가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주일 째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신세계(004170)는 전일대비 2500원(-1.37%)하락한 18만500원, 이마트(139480)는 전일대비 1500원(0.92%)내린 16만1000원, 롯데쇼핑(023530)은 전날과 같은 19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김영란법 이전과 비교하면 모두 2%에서 8% 가까이 하락해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 1.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는 주류 관련 업종 역시 마찬가지다. 무학(033920)과 하이트진로(000080)는 지난달 28일 종가와 비교해 각각 4%·2%씩 떨어졌다.
이처럼 유통주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작년 6월 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메르스는 전염 가능성에서 비롯된 명백한 악재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행조차 되지 않은 법률이 이렇게 타격이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관련 업계 주식이 모두 하락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법 시행을 앞두고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에게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편의점 관련 주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객단가가 대부분 1만원 이하로 3만원 이상의 판관비를 제한하는 김영란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간 주가 추이를 볼 때 백화점·대형마트 등 김영란법과 직접적인 관련된 업종보다 하락폭이 컸다.
실제로 BGF리테일(027410)과 GS리테일(007070)의 3일 시가 총액은 8조7083억원으로 김영란법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9조2711억원(종가 기준)보다 5628억원(6%) 증발했다. 그에 비해 같은기간 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 등 백화점·대형마트 업종 관련 주식은 15조6474억원에서 15조3748억원으로 1.7%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김영란법으로 촉발된 소비심리 위축 우려가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최근 유통업계 관련 주식의 부진이 김영란법에 대한 불안요소보다는 아닌 다가올 3분기 실적악화 전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론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불안 요인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명절 선물세트 비중이 업계의 예상보다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김영란법이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대형마트의 경우 2분기 메르스 기저효과가 존재했으나 3분기부터는 딱히 긍정적인 요인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작년 3분기 코리아그랜드세일로 인한 ‘역(逆) 기저효과’가 존재해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우려가 크다”는 점을 최근 부진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대비에 들어갔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법 시행 전 마지막 추석을 맞아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20~30% 가량 늘렸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5만원 미만 선물세트 품목(신선식품 기준)을 전년 8개에서 34개로 늘리고 제품 역시 다양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