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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락은 20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06년만 해도 미국 여권은 덴마크, 핀란드와 함께 세계 1위였다. 당시 무비자 입국 가능국은 130개국이었다. 미국도 20년간 50개국을 늘렸지만 다른 나라들이 훨씬 빠르게 문턱을 낮추면서 순위가 뒤로 밀렸다. 헨리는 점수가 같은 나라를 한 순위로 묶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보다 앞선 나라는 36개국에 달한다. 덴마크와 핀란드도 지금은 4위다.
가장 극적으로 도약한 나라는 UAE다. 무비자 입국 가능국이 20년 만에 153개국이나 늘어 단숨에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한국은 73개국, 일본은 60개국이 늘었다.
유럽 국가들의 부침도 뚜렷하다. 2006년 2위였던 스웨덴은 187개국으로 3위를 지켰지만, 3위였던 영국은 헝가리·폴란드와 함께 6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헝가리는 19위에서, 폴란드는 16위에서 올라섰고 라트비아(26위→7위), 크로아티아·에스토니아(8위), 리투아니아(9위) 등 동유럽 국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동의 자유를 누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1위 싱가포르와 최하위 아프가니스탄의 차이는 118개국에 달한다. 아프가니스탄은 20년 전 12개국에서 22개국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꼴찌다. 볼리비아(77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비자 입국 가능국이 6개국 줄었다.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여권의 힘이 세계평화지수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스위스,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두 지수 모두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다만 미국(평화지수 134위)과 이스라엘(여권 18위·평화지수 149위)은 예외로 꼽혔다. 보고서는 두 나라의 경우 수십년간 쌓아온 외교적 자본과 지정학적 영향력, 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헨리 여권지수를 만든 크리스티안 캘린 헨리앤드파트너스 회장은 “20년간의 데이터는 여권의 힘이 한 나라의 지정학적 자본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임을 말해준다”며 “가장 강력한 여권은 다른 나라들이 무역이나 투자, 안보, 협력을 위해 파트너로 삼고 싶어하는 나라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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