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를 조달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본격 경쟁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가운데, 일본도 두 나라와 관계를 다지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오일머니를 최대로 끌어오는 아시아 국가 타이틀을 어느 나라가 거머쥐게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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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운용자산(AUM)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일본 VC들이 중동에서 자금을 끌어와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며 “내년 1월이나 2월경 결성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일본 VC들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선례 삼아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 VC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본래 중동 국가들은 아시아에서 중국 이전에 일본과 가장 먼저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다. 이런 관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부터 이어졌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450억달러(약 61조 2765억원)를,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150억달러(약 20조 4255억원)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출자한 바 있다. 이후 무바달라는 소프트뱅크가 유럽 기술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자 2억달러(약 2723억원)를 추가 투입했다.
이후 일본과 UAE·사우디 자본시장 관계자 간의 교류는 지금까지 활발히 이어졌다. 최근에는 정부 간의 관계도 강화 중이라 양국 자본시장 관계자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더해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은 한국처럼 자동차 등 무관세 수출 논의하는 등 양국 경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UAE와 경제동반자협정(EPA)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다.
EPA 협상 몇 달 전에는 투자와 협력 강화에 대한 방안도 논의했다. 현재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일본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UAE를 통해 조달되고 있다. 일본 역시 UAE에 14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했을뿐더러, 1만개 이상의 기업을 현지에 진출시켰다. 양국은 여기서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지난 7월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이때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UAE와 △관광 △첨단기술 △AI △헬스케어 △우주항공 △재생에너지 등 신경제 분야에서의 투자와 협력을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래도 현지 국부펀드나 투자사들 사이에서 디지털, 반도체, 인프라 등 기술력은 한국이 최고라는 평이 있어 경쟁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요소는 충분하다”며 “그동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UAE의 두바이, 아부다비나 사우디의 리야드 외에도 각종 지방도시 정부나 상공회의소, 패밀리 오피스들 사이에 한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공략한다면 일본보다 앞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