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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5일 미국 대선을 두달여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대결한 10일(현지시간) 첫 대선후보 TV토론회는 90분 내내 흥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만 최종 결과는 해리스 부통령쪽이 더 잘했다는 평이 다소 우세했다.
두 후보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무역, 이민, 낙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다. 대선 후보 ‘토론 신인’인 해리스 부통령은 세번의 대선을 치르며 TV토론만 7차례 한 ‘베테랑’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에 밀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한 이민, 경제 등의 이슈에서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다소 승기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는 이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열린 TV 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청해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날 토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애초 토론 시간인 90분을 조금 넘기며 100분여간 혈투에 가까운 공방을 벌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TV토론회에서 완패한 뒤 대선 후보로 깜짝 등극한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을 ‘미래와 과거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주 위협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토론 내내 특유의 미소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공격에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애써 차분하게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수세에 몰리자 막말을 쏟아냈다. 인종, 이념 문제를 끌고 와 거친 공세를 퍼부었다.
첫 토론 주제인 경제분야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준비한 답변을 빠른 속도로 쏟아내며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이 활력 없는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질문에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시작했으나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그녀는 마르크스주의자”라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특히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인 낙태권과 이민자 문제에선 토론 분위기가 전투적으로 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민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에서 사람들이 지루해 하며 떠난다”고 언급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실언을 내뱉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여론은 해리스 부통령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가 승리했고 접전은 아니었다”며 “해리스가 미끼를 던지면 트럼프는 계속해서 물었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검사 출신 해리스가 초반부터 토론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를 흔들어놨다”며 “눈에 띄게 흥분한 트럼프가 거짓으로 가득 찬 반박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보도했다.
토론이 마무리된 직후 CNN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TV토론을 본 유권자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치 온라인 베팅 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에서도 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52%에서 48%로 낮아진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은 53%에서 56%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