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사건에서 피심인이 된 기업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함흥차사인 의결서 송달에 속앓이를 하지만, 공정위에 밉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재촉은커녕, 문의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공정거래법 제68조에 따르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경우에는 의결 내용 및 그 이유를 명시한 의결서로 해야한다. 그러나 현재 공정위는 의결서 없이 사건 심의 결과를 보도자료나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먼저 알린다. 법원으로 치면 판결문없이 선고하는 셈이다.
공정위도 사정은 있다. 공정위를 통털어 의결서 쓸 사람이 11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이들조차 사건 심의를 맡은 위원들을 돕는 ‘심결보좌’가 업무 1순위여서 전원회의, 소회의 등 위원회 일정이 생기면 의결서 쓰는 일은 뒤로 밀린다. 위원들에게 일일이 직접 서명받아야 하는 의결 시스템도 ‘구식’이다. 위원 중 1명이라도 해외 출장 등으로 부재중이면 의결서를 완성할 수 없다.
의결서는 피심인이 불복 절차를 밟기 위해 꼭 필요한 문건이라는 점에서 방어권의 기본이다. 공정위가 내린 결정은 법원의 1심 판결에 준하는 만큼 피심인의 이같은 권리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정위는 조직개편과 피심인 방어권 강화 등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언론 브리핑 후 수개월 지나서야 의결서를 송달하는 ‘뒷북 의결서’ 관행은 근절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도 힘을 보태 예산·인력 확보와 의결 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