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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도 정 회계사는 검찰로부터 다른 핵심 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으면서,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공범들의 범죄 혐의를 누설하는 조건으로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양심선언서와 함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정 회계사는 이번 의혹의 핵심인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입건됐지만 이후 검찰에서 나머지 3명과는 확실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신분부터가 나머지 3명이 피의자인 데 반해 참고인 신분이다. 정 회계사는 검찰 소환 조사 과정에서 수차례 포토라인에 섰던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매번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또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한 이후 김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막바지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검찰이 정 회계사에 대해선 특별히 신병 확보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이 민간 주도로 추진되던 지난 2009년부터 남 변호사와 함께 주변 토지를 매입하고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등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후에도 민관 합동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 설계에 깊숙이 개입하며 천화동인 5호를 소유하고 개발 이익으로 644억 원의 배당금도 챙겼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회계사가 본인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녹취 파일을 이용해 수사선상에서 사실상 빠지면서 대장동 실체 파악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정 회계사에 대해 ‘피의자성 참고인’이라고 했지만 정 회계사는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를 안 하거나 구형을 조금 낮춰줄 수는 있는데 기소 자체를 안 하는 것은 기소권 남용”이라고 일갈했다.
검찰이 아직 수사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아직 플리바게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고 검사는 기소권만 갖는 경우엔 미국처럼 법원의 감독 하에 어느 정도 플리바게닝을 인정하는 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검사가 범죄 사실을 인지하면 수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혐의가 있다면 아무리 플리바게닝을 통한 기소편의주의를 적용해도 기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